블로그 이미지
lailar

Rss feed Tistory
Gen 2011. 12. 28. 22:42

셜존 :: daybreak

 존은 잠들어 있었다. 침실의 문이 열리고, 찬 밤바람이 그의 발 끝을 건드려 잠에서 깨게 하기 전까지. 고요한 새벽을 방해하는 남자의 무례한 행동을 비난했던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변한 건 없었다. 몽롱한 잠의 파편들은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존의 무의식과 함께 발버둥 쳤으나, 옷자락을 벗어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남자가 자신의 침대 옆을 차지하고 들어서는 것엔 이겨낼 방도가 없었다. 그는 가끔 그렇게- 존이 없는 곳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새벽을 보낸 날이면, 싸늘하게 식은 몸을 하고 돌아와 존의 옆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하는 것 말고는, 표현이 서툰 이 남자는 자신의 긴장을 내보일 줄을 몰랐다. 그래서 존은 감긴 눈도 뜨지 않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남자를 향해 웅크려 누우니 마른 이불이 두 사람을 감싸느라 꿈틀거렸다.

 남자는 손을 들어 존의 머리칼을 몇 번 쓰다듬다가 그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 그의 손짓이 간지러워 존은 반쯤 졸면서도 목덜미께로 내려온 그 크고 긴 손을 낚아챘다. 그러나 금세 주도권을 빼앗기고 깊숙이 내리누르는 무게에 존은 결국 눈을 뜨고 말았다.

 차가운 손이 회색 스웨터 속을 파고드는 통에 오소소 몸이 떨린다. 짙은 키스가 매캐한 런던의 스모그처럼 존을 덮쳤다. 귓가에, 볼에, 목덜미에, 걷어 올린 등 위에. 쏟아지는 감촉에 존은 숨이 막혔다. 가르고 파고드는 다리 사이로 뜨거워진 그를 느끼며, 존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보았다. 셜록? 어둠에 파묻힌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으나 존은 턱을 당겼고 그것을 신호처럼 남자는 그의 입술에 입 맞추었다. 혀를 내밀어 그의 입술을 덧그리다 존은 제 것이 아닌 피비린내를 맡았다. 이어 남자의 입술 끝에 머금어진 상처가 그 원인임을 알았지만 존은 이유를 묻는 대신 그가 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용인함으로서 그를 위로하기로 했다.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남자가, 때로 그렇게 삶을 느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생각하면서.


110405

,
TOTAL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