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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2010. 10. 17. 05:00

셜존 :: A Dreamer



 첫
번째로
귓가를 찌른 것은, 셜록의 목소리였다.

 

 - 불면증도 병이야. 하지만 자네가 그걸 치료하기 위해 그 심리치료사에게 갈 생각이라면, 반대하겠네.

  

  한 손에 수첩을 들고 무언가를 끄적거리던 셜록은 카우치에 길게 드러누운 존을 보며 말했다. 이마 위에 얹어진 손이 움찔한다. 존은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셜록을 마주보았다. 셜록은 언제나 존의 생각을 꿰뚫기라도 하듯 난데없이 질문 없는 대답을 하곤 했다. 피곤했지만 며칠째 제대로 잠이 오지 않아 어쩔수 없이 거실로 나온 것인데, 신경 쓰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셜록에게서 독심술이라도 하는 듯한 말을 들으니 존의 입가에 미소 비슷한 것이 그려졌다가 금방 사라졌다.

 

 - 내가 그녀에게 가 보려고 생각하고 있던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는 묻지 않겠네. 자네의 관찰과 추리 덕이겠지. 그렇다면, 자네가 보기에 내 불면증을 치료할 방법이 있나?

 

  진지하게 묻는 존을 보며 셜록은 수첩 속에 만년필을 끼워 넣고 탁, 소리 나게 닫았다.

 

 - 존, 내가 얼마 전에 수면제의 효능에 대해 연구를 했는데, 물론 그 내용의 주된 내용은 수면을 유도하는 몇몇 성분만을 추출해 그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혹시 자네- 그 약을 한 번 복용해 볼 생각 없나?

 - …셜록. 대체 그런 실험은 왜 한 건가?

 - 수면제로 자살을 위장한 살인 사건이 한 건 들어왔었거든.

 

  두 손을 모으고 진지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존은 미간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네, 셜록. 또다른 시체를 만들고 싶지 않거들랑 그런 제안은 관둬주게.

 

  입술을 삐죽이며 셜록은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바이올린을 손에 들어 재미없다는 듯 현을 퉁겼다. 존은 몽롱한 머릿속을 헤집는 그 소리가 거슬렸지만 매우 싫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렇다면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어.

 

  정적을 깨고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 우아한 긴 팔이 곡선을 그리며 활을 집어 든다.

 

 -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는, 음악이 최고지. 한 곡 들어보겠나?

  

  어깨에 올려놓은 바이올린 위에 안착한 그것은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이며 가느다란 선율을 만들어냈다. 언젠가 존이 들어본 적이 있던, 멘델스존의 곡이었다. 안단테. 선율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아름다웠다. 눈을 감은 채 셜록은 그것을 연주하고 있었다.

 

  존은 미소 지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날 8분여동안 그는 잠들지 못했고 결국에는 셜록을 향해 힘없이 손을 내밀었다.

 

 - 아무래도 자네가 나를 위해 다른 방법을 연구해 보아야 할 것 같은데.

 - 걱정 마.

 

  셜록은 입가에 주름을 만들며 웃었다. 자신이 앉아있던 소파 위에 바이올린을 내려놓은 셜록은 마치 춤을 청하듯 존이 내민 손을 잡고는 무릎 꿇고 그 손등에 입 맞추었다. 키스는 손등에서 손가락으로, 손가락에서 이마로, 이마에서 볼로 이어졌다. 마치 제 길을 찾으려 방황하는 나비처럼.


- 자네를 잠들게 할 좋은 방법이 하나 더 있으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셜록은 존의 입술을 삼켰다. 부드러운 혀끝이 엉켜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존은 셜록의 팔 안에서 눈을 감았다. 존의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그의 휘어진 입술 끝 곡선을 따라 흐르던 셜록은 강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

 

  번째로 귓가를 찌른 것은, 둥그런 사탕처럼 달콤한 목소리였다. 존은 언젠가 그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바톨로뮤의 병원 연구실에서. 높낮이가 불규칙한 음악처럼 흐르던 그 목소리는 지금 그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 존, 나는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왜냐고 묻고 싶었지만 존은 말하지 않았다. 존의 귀에 꽂아 넣은 이어폰을 통해 그는 존에게 오로지 말하기만 할 뿐, 존의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품안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폭탄을 내려다보며 존은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미움 받고 있는지 어떤지 잘 알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 뭐, 질투한다고 해 두지. 당신을 산산조각 내 버리고 싶을 만큼.

 

  미치광이의 비명 같은 웃음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고 존은 이어폰을 빼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복면의 괴한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했다간 쏴버리겠다는 위압감을 조성하며 총구를 겨누고 있기 때문이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웃음을 그치고 존에게 다시 속삭였다. 그리고 존은 숨을 멈추었다.

 

 - 난 당신이 불안해하길 바라. 그러니까 미쳐버릴 것처럼 굴라고. 그런 당신을 보는 셜록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해지는군. 내가 만약 존 당신의 심장에 총을 쏘면? 셜록에게도 누군가의 죽음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을까? 지금 실험해보는 게 어때? 오, 물론 당신은 결과를 볼 수 없겠지만 말야.

 

  미치광이다운 위협에 존은 머리끝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빌어먹을 자식. 그리고… 빌어먹을 셜록. 애써 평정심을 가다듬으려 애쓰며 존은 등을 떠미는 복면을 쓴 사람들의 손길을 따라 락커룸을 지나 어두운 실내 수영장의 입구에 섰다. 눈 앞에는 낡은 철문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문은 열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존은 그것이 자신을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아서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문을 열면 그곳에는 셜록이 있을 것이다. 존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만약 지시를 무시하고 셜록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치면 셜록은 바로 눈치 챌 수 있을까? 이것이 마지막 다섯 번째의 경고라는 것을. 존의 심장이 쿵쿵쿵쿵 소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영장의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한 발짝 내딛어 셜록을 보았을 때, 격하게 뛰던 심장 박동은 가라앉았고 존은 입을 다물었다.

  우습게도 그 순간 존은 귓가에 속삭이는 사람이 말했던 것처럼, 그가 자신과 자신의 폭탄을 보았을 때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이어폰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존, 쓸데없는 소리는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내 지시를 따라.

 

 - 존… 이게 대체?

 

 셜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동시에 존은 안도했다.

 

∵∴∵

 

  의 손가락이 셜록의 머리카락 속을 파고들었다.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손에 잡혔다. 짙은 숨을 토해내며 셜록은 존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아아…, 셜록. 끊어질 듯 이어지는 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셜록은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더욱 깊이 존의 안을 파고들었다. 아찔한 감각에 존은 머릿속이 몽롱해졌다가 다시 뾰족한 무언가처럼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모든 것이 온통 셜록에게로 쏠려있었다. 자신의 것을 자극하는 셜록의 차가운 손 끝, 목덜미에 깊은 상처를 새겨 넣는 그의 입술, 때때로 이마와 볼을 간질이는 그의 머리카락, 자신을 휘어 감는 그의 긴 팔.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온 몸을 저릿하게 하는 쾌락에 존은 참지 못하고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멍한 정신으로 셜록의 얼굴을 보니 그 또한 자신과 같은 기분임에 틀림없는 듯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과 약속이라도 한 듯 포개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함께 달리던 절정의 끝엔 꿈같은 현실이 남아 있었다.

 

 - 셜록, 아무래도 이 방법도 불면증을 해결하진 못할 것 같아. 피곤해 죽을 것 같지만 잠은 다 달아난 것 같군.

 - 그래? 그렇다면 그 심리치료사에게 가 보게.

 

  그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꿰어 입은 셜록은 존을 보며 싱긋 웃었다. 존은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 그에겐 웃을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왠지 내가 손해 본 기분인 걸. 중얼거리자 셜록은 미소를 거두었다. 의자 위에 올려둔 파자마 가운을 걸치고 셜록은 카우치 위에 늘어져 있는 존을 내려다보았다.

 

 - 존, 그렇다면 내가 대신 상담을 해 주지. 아니, 추리라고 해야 하나.

 

  존은 이 제안에 당황했지만 표정을 감추고 물었다. 자네가?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 자네는 지금 몹시 불안해하고 있어. 그 불안감은 어느 날인가부터 시작되었지. 그리고 생각은 생각에 꼬리를 물어 불면증이 찾아 온 거야. 그것은 심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원인을 제거하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네.

 

  내게 다 이야기해 보겠나? 셜록이 물었지만 존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이야기한다면 셜록이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는 뻔했기 때문이었다. 망설이고 있는 존을 내려다보며 셜록은 자신의 책상으로 갔다. 밑에서 두 번째 서랍에서 검고 묵직한 권총 하나가 튀어나왔을 때, 존은 제 눈을 의심했다. 그것을 그대로 책상 위에 둔 셜록은 다시 존에게 돌아왔다. 존은 카우치에서 몸을 일으켰다.

 

 - 자네가 이야기하지 않겠다면 내가 추리해보지.

 - 아냐, 셜록- 그만해.

 - 자네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건 자네가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 그러니까 내 사건에 함께 하지 않으려 한다거나, 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아 뒤늦게 반문하는 등의 행동을 보고 깨달았지. 그리고 그건-

 

  존은 소리쳤다. 그만! 하지만 셜록은 듣지 않았다.

 

 - 자네랑 내가 처음으로 키스한 날 이후부터야. 부인하지 않겠지.

 - 대체 왜 자네는-!

 

  존은 이를 악물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대체 왜 자네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상한 말을 하는 건가. 내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말을 잘도… 마치 셜록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듯 말하는 존에게 셜록은 나지막이 대답했다.

 

 - 난 내가 관찰한 사실을 말할 뿐이야.

 

  뭔가 더 말하려던 존의 입이 다시 굳게 닫혔다. 셜록은 존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낮선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존은 셜록에게서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말을 들었다.

 

 - 미안하네.

 

  존의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

 

  간 점들이 자신의 심장과 셜록의 머리를 반짝이며 장식하자, 존은 또다시 다리가 풀리려는 걸 이겨내느라 이를 악물었다. 셜록이 천천히 총구를 들었다. 이번에 그것은, 모리어티가 아닌, 그 아래의 폭탄을 겨냥하고 있었다. 존은 셜록의 행동에서, 셜록의 생각을 추리해내려고 애썼다. 이전부터 그가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존이 알 수 있는 거라고는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는 총구들이 있다는 것과 셜록은 모두 자폭하는 길을 택하고 싶어 한다는 것뿐이었다. 존은 자신이 셜록의 생각을 제대로 파악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래서 존은, 셜록의 손에서 불을 뿜는 단 한 발의 총성을 들었을 때 심장이 멎을 듯이 놀라고 말았다. 그 총알은 정확히 모리어티의 몸을 관통했다. 뒤이어 존은 셜록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고 그 손의 이끌림과 함께 수영장 속으로 몸을 던졌을 때, 등 뒤를 덮치는 화끈한 열기와 동시에 여러 발의 총성을 들었다.

 

 

 




 - 존, 말해 보게. 자네가 불면증에 걸릴 정도로 두려워하는 게 뭔가.

 

  시간이 멈춘 듯한 찰나의 시간 속에서 존은 그 날, 달뜬 숨과 한껏 오른 열기를 가라앉히려 카우치 위에서 셜록에게 머리를 기대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셜록, 나는 내가 전장 속에 있다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어.

 

  셜록은 낮게 웃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 나 때문에?

 - 자네 때문에.

 

  그 속삭임이 너무도 달콤해서 존은 갑자기 내려앉은 셜록의 입술의 감촉조차 느끼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 입술은 강하고 부드럽게 존을 옭죄었다.

 

 - 존, 그래도 난 자네를 보내줄 수 없어.

 - 그럼 난 계속 자네를 걱정하느라 불면증에 시달리겠군.

 

  셜록은 웃었다. 존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는 뒤따르는 총성과 함께 사라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감싸는 차가운 수영장 물은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다. 산산이 번지는 붉은 핏물이 존의 눈앞에 파도처럼 펼쳐졌다. 자신과 함께 떨어진 그가 저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셜록?

 

  핏물을 뿜어내는 셜록의 몸을 허우적대며 간신히 붙잡은 존은 뒤이은 폭발의 충격에 그만 정신을 잃었다.

 

∵∴∵

 

  번째는, 굉음에 가까운 총성이었다. 아니, 폭발음처럼 들리기도 했다.

  존은 그 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셜록은 그런 그를 보며 웃었다.

 

 - 존, 놀라지 말게.

 - 저게 무슨 소리지?

 - 상쾌한 아침을 알려주는 알람 소리지.

 

  셜록은 존에게서 멀어지며 동시에 책상에 두었던 총을 손에 쥐었다. 안전장치를 풀고, 선대를 당기고, 장전한 총을 늘어뜨리듯 바닥으로 향한 그는 몸을 돌려 존을 보았다.

 

 - 불면증이 차라리 빙글빙글 도는 꿈을 꾸는 것보다는 낫군.

 -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셜록.

 - 난 자네를 돌려보내야 해.

 - 날? 어디로?

 - 내가 없는 곳으로.

 

  셜록은 씁쓸히 웃었다. 그것은 존이 아는 셜록이 아니었다. 존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려 했지만 카우치에 걸려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 진작 보내주지 못한 걸 미안하게 생각하네. 나는 좀 더 빨리 자네에게 사과해야 했어.

 - 셜록,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자네가 없는 곳으로 가다니?

 

  그리고 존은 깨달았다. 셜록과 했던 대화들을.

  존은 셜록 때문에 자신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 더 이상 셜록은 자신과 같이 행동하려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는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자신을 간파했다.


  자네는 나를 소중히 여기게 되어 버렸군. 셜록이 물었다. 존, 자네가 두려워하는 게 뭔가.

 

  존은 대답했다. 만약 이 전장에서 내가 자네를 잃는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셜록은 웃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총성과 함께 현실이 되었다.

  존은 핏물과 함께 떨어지는 그를 기억해냈다.

 

  멍하니 카우치에 앉아있는 그 앞에 셜록이 다가왔다. 그의 푸른 눈은 점점 빛을 잃어 짙은 회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존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셜록은 잡지 않았다.

 

 - 난 진짜가 아니네. 존. 자네는 너무 오래… 같은 꿈을 꾸고 있어.

 - 상관없어.


   미소를 띠며 셜록은 천천히 총을 쥔 팔을 들었다. 총구는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존은 셜록을 끌어당겼다. 난 자네를 잃고 싶지 않아. 존의 속삭임에 셜록은 다른 한 팔로 존의 목을 그러안았다. 그의 귓가에 작은 키스를 한 셜록은 마지막 말을 전했다.

 

 - 존. 더 이상 전장에서 살지 말게. 나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지도 말고, 꿈에 갇히지도 마.

 

  하늘을 향하던 총구는 순식간에 존의 심장으로 내려왔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존을 관통했다. 동시에 존은 눈을 떴다.

 

∵∴∵

 

  하숙집 정리를 마치고 마지막 짐을 사라의 집으로 부친 존은 휑해져 버린 거실을 둘러보았다. 셜록의 서류나 노트북, 개인 물품 같은 것들은 이미 그의 형이 모두 정리해 놓은 상태라 존이 정리할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의 물건들뿐이었다. 쓸모없는 것들은 벽난로 속으로 들어가 불태워졌다. 존은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테이블 위에 종이 한 장이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몸을 돌렸다.

 

  그것은 마이크로프트가 존에게 주고 간 셜록과 관련된 단 하나의 물건이었다. 덜렁 종이 한 장의 그것은, 셜록이 수첩에 끄적인 한 줄의 문장이 담겨 있었다. 셜록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는 적도 있었지만, 그다지 사용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노트북과 핸드폰이 있었고, 대부분의 일들은 그것으로 빠르게 처리했으니까. 그래서 존은 자신에게 내미는 그 종이를 보았을 때 마이크로프트에게 물었다.

 

 - 이게 저한테 쓴 글이라는 걸 어떻게 알죠? 수신인이 적혀 있는 것도 아닌데.

 - 수첩은 깨끗했네. 그 글과 수첩 맨 앞장에 끼워져 있던 글만 제외하면.

 

  그게 무어냐 물었더니 마이크로프트는 웃으며 대답했다.

 

 - 닥터 왓슨은 절대 이 수첩을 보지 말 것.

 

  존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종이를 다시 펼쳐 보았다. 그것은 어떤 시의 구절 같기도 했고, 목적 없는 글처럼 보이기도 햇다. 존은 꿈속에서 셜록이 말했던 미안하단 말의 뜻을 곰곰이 생각했다. 어쩌면 그도, 불안해하는 자신처럼 전과 달리 전장에 나가기가 두려워졌었는지도 모른다. 존은 폭탄으로 만들어진 조끼를 걸치고 셜록을 마주했을 때 본 그의 표정을 잊지 못했다. 몹시도 당황했던, 그- 아마도 그가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을 본 사람은, 자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쓰게 웃으며 다시 한 번 종이속의 글을 되새긴 존은 조금씩 꺼져가는 벽난로에 그 종이를 던져 넣었다. 그리고 이젠 그 전장 속에서 벗어나 자네야말로 편히 쉬라고, 존은 베이커가 221B의 하숙집과 셜록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 Dreams of happy ever after too unfit for ordinary minds? ][각주:1]




다시 읽어보니 BBC 셜록이라기보단 원작의 셜록에 영향을 받은 게 극명히;;
인셉션에 허덕일 때 쓴 글..
오디너리 좋아여 오디너리 오디너리!



  1. 박정현 - Ordinary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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