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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2011. 1. 31. 09:00

셜존 :: 221B Baker의 아이들 - 7




:: 형제란 자고로... ::


  셜록이 혼자일 땐 지금보다 마이크로프트의 공격으로부터 홀가분할 수 있었다. 동생이 걱정스러워서, 라는 명분으로 지루함을 달래기 좋아했던 마이크로프트가 셜록의 일거수일투족을 cctv로 감시하든, 셜록이 일하고 있는 곳에 불쑥 나타나서 잔소리하든, 그건 어디까지나 셜록이 알아서 처리하면 될 문제였으니까. 그리고 주로 셜록은 그 문제를 무시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셜록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둘 만들고 나니, 동생 관찰보다 더 재밌는 지루함 해소법을 찾아낸 마이크로프트는 그의 관심을 셜록 주변인으로 돌린다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격은 셜록의 짜증 지수만 높였을 뿐, 여전히 큰 문제는 되지 못했다.

  정작 큰 데미지를 입는 쪽은 따로 있었으니, 한창 병원 연구실에서 치사량의 독소에 대한 연구를 하던 셜록은 ‘에밀리를 데리고 장을 보러 나갔다가 에밀리가 사라져 정줄을 놓고 마트를 다 뒤졌는데 나중에 마이크로프트로부터 [에밀리는 내가 잠시 데려감 - MH] 이라는 문자가 도착해 한시름 놓았으나 동시에 열이 뻗친’ 존의 불평을 전화로 고스란히 들으며 그를 위로(위로하는 셜록이라니! 상상이 안 가겠지만 그는 연기에 능숙하단 사실을 잊지 말자)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존이 얼마나 놀랐는지는 존만이 알 것이다. 셜록은 마이크로프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눈치 챘고, (사실 마이크로프트가 셜록의 두 딸들을 납치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그는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때문에 인질 교환 조건으로 빅토리아와 에밀리가 춤추는 동영상 파일을 보낼 테니 에밀리는 조용히 베이커가로 데려다 놔, 라고 드물게도 순순한 문자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울린 전화벨로 인해 그 문자는 발송 취소되었고 역시나 존으로부터, 이번엔 빅토리아가 유치원에 오지 않았다는 전화가 왔다며, 제발 당신네 형 좀 어떻게 해보라는 분노 폭격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다.

  이쯤 되니 형의 공격이 자신의 문제-존이 짜증을 낸다!-가 되어버린 셜록은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건 셜록이 가장 싫어하는 일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모든 걸 무릅쓰고 마이크로프트의 집에 찾아 간 셜록을 맞이한 건, 그와 그들이 현재 외출 중이라는 가정부의 말 뿐이었다.

 

 



  “전 유치원 대신 동물원에 오고 싶다고 한 적 없는데요.”


  마이크로프트의 인자한 미소가 빅토리아를 향했다가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안시아에게로 옮겨갔다. 그건 사실이지 않냐는 듯 안시아는 어깨를 으쓱였고, 할 말이 없어진 마이크로프트는 에밀리가 비명을 지르며- “너무 커!!” -기린 우리로 달려가자 마지못해 이끌려가는 척을 하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빅토리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린애 같기는.” 6살짜리의 어린아이가 보통 그런 말을 하나? 안시아는 제 손을 꼭 잡고 냉정한 눈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빅토리아가 놀랍도록 그의 아버지(둘 중 검고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한 쪽)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유치원을 가는 도중에 갑자기 검은 차에 탄 안시아를 만나거나, 파파 존과 함께 장을 보다가 초콜릿을 사 준다는 정장 입은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마찬가지로 검은 차를 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당황하거나 화를 내는 건 당연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재밌는 장난감이나 놀이동산 같은 데에 데려가면 금세 기분이 풀리고 마는 게 어린 아이들의 특징이라며 마이크로프트는 아무 죄책감 없이 오늘 일을 계획했다. 그 증거로 한 손에 토끼 인형을 든 에밀리가 추위에 찌든 펭귄, 호랑이, 북극곰 등등의 우리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장을 보는 파파 존 따위는 깡그리 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빅토리아는 달랐다. 안시아는 바나나를 먹는 오랑우탄을 보며 꺄르르 웃는 에밀리 옆에서 빅토리아가 얼굴을 찡그리며 “정말 못생겼어.” 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뭘 봐도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빅토리아가 놀이동산을 싫어한다는 정보를 수집해서 동물원을 택한 건데, 그것도 잘못된 선택이었다니. 실망했을 마이크로프트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안시아는 자신의 보스가 얼마나 끔찍이 조카들을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가 그녀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 옆에서 적극적으로 조언했다. 안시아가 보기에 마이크로프트가 극복해야 할 문제는 오로지, 그녀들의 아버지인 셜록과 존, 그 중에서도 셜록이 특히나 아이들을 제 형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습성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빅토리아의 반응을 보니 그것만도 아닌 모양이었다.

  갈수록 빅토리아는 똑똑해졌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이 되어가고 있었으며, 상황 판단력 또한 탁월했다. 빅토리아와 에밀리를 위해 동물원 구내매점에서 솜사탕을 사줄 때 그것은 확연히 드러났다.

  “빅토리아, 에밀리, 무슨 색이 좋겠니?” 마이크로프트가 웃으며 그녀들에게 물었다. 에밀리는 깡충깡충 뛰며 “노랑! 노랑!”하고 외쳤고 빅토리아는 마지못해 “분홍색이요.” 라고 대답했다. 매점 직원이 그녀들에게 솜사탕 막대를 안겨주며 “가족끼리 소풍 나왔니? 즐거워 보이는 구나.”라고 말하지만 않았더라도 빅토리아의 기분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풍 나온 부부치고 지나치게 정장을 쫙 빼입긴 했지만, 마이크로프트와 안시아, 그리고 빅토리아와 에밀리의 조합은 가족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분홍색 솜사탕을 들고 빅토리아는 기분 나쁘다는 듯 점원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이 분은 제 아빠가 아니에요, 삼촌이죠. 이 분도 제 엄마가 아니구요.” 라고 못 박았다. 당황한 매점 직원에게 마이크로프트는 이 아이가 지금 아빠들 몰래 유치원을 빼먹게 한 제게 화가 나서 그래요, 라고 말하는 대신 웃으며 “참 똑똑하고 귀여운 아이죠?” 재빨리 10파운드 지폐를 내밀곤 거스름돈을 정중히 사양하는 것으로 그를 달랬다.


  동물원 관람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은 조용했다. 운전기사의 옆 좌석에서 마이크로프트는 뒷좌석에 앉아 손을 꼭 잡고 있는 두 꼬마 숙녀들을 백미러로 지켜보았다. 언니의 눈치를 보면서도 에밀리는 열심히 솜사탕을 우물거리고 있었고 빅토리아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벼운 한숨과 함께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빅토리아, 동물원이 마음에 안 들었니?” 그러자 단조로운 어투로 빅토리아가 대답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전 그저- 유치원을 빼먹고 소풍을 나갈 땐 파파 셜록이나 파파 존의 허락을 받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안 그러면 파파들이 화내거든요.”


  마이크로프트는 최대한 여유롭게 웃어 보이려 애썼다. “아냐, 빅토리아. 네 아빠는 화를 내지 않을 거다.”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진동 소리가 길게 차 안을 울렸다. 품 안에서 계속 울리는 핸드폰을 꺼내드는 마이크로프트의 눈썹이 심상치 않은 모양으로 꿈틀거렸다. 셜록에게서 온 전화였다. 벌써 8통째의 전화를 거부한 마이크로프트는 9번째의 진동도 버튼 하나로 조용히 무시했다. 빅토리아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파파는 더욱 화를 낼 거예요.” 에밀리의 입가에 묻은 설탕의 흔적을 닦아주던 안시아가 피식 웃었다. 난처해진 마이크로프트가 뭐라고 대꾸할 기회도 주지 않고 빅토리아가 말했다.


  “엉클 마는 파파 셜록을 화나게 한다고 그랬어요. 그럼 파파 존이 곤란해 해요. 왜 파파 셜록과 엉클 마는 늘 싸우는 거죠? 유치원에서, 형제는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배웠어요.”


  에밀리의 손을 꼭 잡은 채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정확하게 문제를 지적하는 빅토리아를 보며 안시아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웃었던 아이들처럼, 이 작은 이들의 세상을 보는 눈 속에는 가감 없는 사실만이 보일 뿐이다. 진심을 숨기는 것은 언제나 어른들이 하는 일이었다. 안시아는 손을 뻗어 빅토리아의 갈색 곱슬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빠랑 삼촌은 사이가 나쁜 게 아니란다. 빅토리아. 오히려 그 반대지.”


  앞좌석에서 마이크로프트의 헛기침 소리와 함께 “좋다고도 할 순 없는데.”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안시아가 백미러 안의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다행히도 그 말은 못 들은 빅토리아가 그 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반대라구요?”

  “그래.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중에 빅토리아가 조금만 더 크면, 두 분이 왜 그러는지 이해하게 될 거야.”


  이해하고는 싶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그녀에게 안시아가 덧붙여 물었다. 아주 직설적으로.


  “빅토리아는 삼촌이 싫으니?”

  “oh, god.” 얼굴을 감싼 마이크로프트의 작은 탄식이 들렸다.


  만약 빅토리아에게서 “싫어요”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마이크로프트는 ‘두 조카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방법’보다 ‘빅토리아가 마이크로프트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안시아는, 조카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좌절하는 마이크로프트의 모습이 조금 보고 싶기도 했다. 그녀는 마이크로프트가, 아닌 척 하면서 빅토리아에게서 나올 대답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음...아뇨.” 빅토리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좌석에서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안시아가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렇지만 동물원은 솔직히 별로였어요.”


  빅토리아의 부정적인 감상에 에밀리가 절반으로 줄어든 솜사탕 막대를 입에서 떼고 격하게 반대했다.


  “재밌었어! 엉클 마, 에밀리는 곰이랑, 기린이랑 또 놀고 싶어! 기린 등에 타고 싶어!”


  마이크로프트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에밀리에게 말했다.


  “그래. 하지만 곰이랑 기린은 너무 크고 위험해서 널 데리고 우리에 들어갔다간 파파 셜록이 날 죽이려 들 테니까 안 되겠다, 에밀리.”


  실망한 에밀리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했다.


  “그럼... 토끼는?”

  “토끼는 괜찮아. 그럼 다음엔 파파들도 다 같이 갈까?”

  “응!”


  포니테일로 묶은 가는 금발 머리가 그녀의 귓가에서 신나게 흔들렸다. 으에- 하며 혀를 내민 빅토리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난 싫은데. 동물들은 너무- 멍청해요.”


  멍청하다고? 어떡하면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지? 순간 의문이 든 마이크로프트는 동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빅토리아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다가, 대뜸 그녀에게 물었다.


  “빅토리아, 가장 싫어하는 동화책이 뭐지?”

  “이솝 우화요. 특히 ‘여우와 신 포도’ 나 ‘토끼와 거북이’ 는 정말 멍청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역시나. 그녀의 대답은 더 들을 필요도 없이 마이크로프트와 안시아를 납득하게 했다. 분명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셜록이 달리기를 하다 자빠져 잔 토끼를 빈정거리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거겠지. 셜록은 어릴 때도 그랬다. 그는 판타지가 가득한 동화보다 추리 소설류나 동물, 식물도감들을 더 많이 읽었다. 마이크로프트는 다음에 빅토리아의 교육 문제에 대해 셜록과 얘기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럼 좋아하는 동화는 뭐냐고 안시아가 묻자 빅토리아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글쎄요, 얼마 전에 본 인어공주는 좀 재밌었어요.”

  “인어공주? 디즈니의 그거 말하는 건가?” 마이크로프트가 주름 진 이마를 긁었다.

  “under the sea!” 에밀리가 활짝 웃으며 대꾸했다.


  그녀의 말에 멋진 생각이 떠오른 마이크로프트가 탁, 하고 무릎을 쳤다.


  “좋아. 빅토리아, 에밀리, 이번엔 바다 속 구경 가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베이커가의 초인종을 누르자마자 튀어나온 셜록이 마이크로프트의 멱살을 잡지 않았던 건 빅토리아가 문 앞에서 그를 보자마자 대뜸 “형제는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거랬어.” 라고 말한 덕분이었다. 차마 부정하지 못했지만 그러나 긍정하지도 않은 셜록은 빅토리아를 방화벽으로 앞세운 마이크로프트를 노려보았다.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있었다간 레스트레이드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하게 할 거야.”


  품 안에 돌고래 인형을 안은 빅토리아와 토끼 인형을 안은 에밀리가 나란히 베이커가의 계단을 오르는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셜록이 마이크로프트에게 으르렁댔다. 그러나 그의 형은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네가 이 모습을 직접 봤다면 경찰서로 잡혀가는 것 쯤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셜록.”


  핸드폰을 내미는 마이크로프트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셜록이 액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하자 그는 됐다는 듯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어 낸 셜록은 형의 유치한 발상을 못 견디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러려고 애들을 ‘납치’ 한 거군.”

  “납치가 아니야, ‘소풍’ 이지. 에밀리랑 빅토리아가 아쿠아리움을 얼마나 좋아하던지. 인어공주보다 더 귀여웠다니까. 다음에 또 데려가 주면 좋아할 거다, 셜록. 물론 나랑 먼저 봤으니 두 번째로 보는 감흥은 덜하겠지만 말야. 아이들이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나?”


  둘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침묵과 함께 이어졌다. 그 둘은 언제나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탈이었다. 뭘 원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어떡하면 서로를 최대한으로 괴롭힐 수 있는지. 튕기면 소리 날 것처럼 팽팽해진 침묵의 끈을 먼저 끊어낸 건 마이크로프트 쪽이었다.


  “굳이 보고 싶다면야... 몇 장 보내줄 수도 있어.”


  셜록이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의기양양해진 마이크로프트가 뜸을 들이며 왜 그거 있지 않느냐고 미끼를 던졌다. 어쩌면 순순히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르는, 그러나 이미 물 건너간  ‘그것’에 대한.


  “‘그’ 영상을 보내준다는 조건하에. 원한다면 빅토리아 사진 다섯 장과 에밀리 사진 다섯 장을 주지.”

  “마이크로프트, 그럴 필요 없이 가택 수사 영장을 발부받아 형의 소지품을 모두 몰수하는 방법도 있어. 난 그 쪽이 더 동하는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미련한 동생아. 빅토리아나 에밀리에 비하면 네 핸드폰을 빼앗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고, 굳이 오늘 있었던 일을 들먹여야 이해할 건가?”


  절대 지려고 하지 않는 두 형제 사이에 백만 볼트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파직파직 불꽃이 튀었다. 그 때, 계단 위에서 존이 아래층을 향해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셜록!” 그 소리와 함께 셜록의 휴전 선언으로 두 사람의 신경전은 일단 막을 내렸다.


  “생각해 보지.”


  코웃음을 치며 셜록은 문을 쾅 닫았다. 피식, 웃은 마이크로프트는 주머니에서 다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뒤적거리며 중얼거렸다.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셜록.”


  열 장을 훨씬 넘는 핸드폰 사진에는. 온통 파란색 물결 속, 어미 돌고래와 새끼 돌고래가 헤엄치는 수족관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홀린 듯 들여다보는 빅토리아와 에밀리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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