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lailar

Rss feed Tistory
Gen 2010. 9. 26. 15:00

셜록 :: I'm not your housekeeper



“손이 다시 떨리고 있군.”


쉴 새 없이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던 셜록이 지나가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셜록이 앉아있는 맞은편 소파에 기대듯 앉아 신문을 들여다보던 존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커피가 든 머그잔을 들어 올리다가 셜록을 향해 되물었다.


“뭐라고?”

“손 말일세.”


턱 밑에 깍지를 끼고 흐음, 하는 한숨을 내쉬며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 셜록에게선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은 없었다. 존은 얼굴 아래 가지런히 모아져 있는 셜록의 손을 보고, 다시 머그잔을 들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본 후에야 자신의 그것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언제나 부정기적인 발작처럼 일어나는 손의 경련은 존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데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왠지 기분이 나빠진 존은 머그컵을 재빨리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전염처럼 번지는 이 떨림 현상이 다른 쪽 손에 금세 옮을까 신경이 쓰여, 들고 있던 신문까지 내팽개치듯 던져버렸다.


“괜찮은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신경 쓰지 말게, 셜록은 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며칠 내에 자네의 팔다리가 날 따라다니는데 몰두하느라 마치 기름칠을 한 것처럼 유연하게 움직일 (이라고 말하고 ‘어쩌면 예상 외로 좀 더 격하게 움직여야 할’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이 있을 테니까. 언제 떨렸었는지도 알지 못하게 될 거야. 끼어들 틈을 주지 않으며 중얼거리던 셜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존은 셜록이 테이블에 놓아둔 그의 노트북 뒤통수를 바라보며, 아마도 역시 그새 새로운 사건을 맡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저절로 눈이 떠진 존이 파자마 차림으로 거실로 내려왔을 때, 셜록은 이미 일어나 소파에 앉아 자신의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며칠 전 맡았던 사건도 끝을 냈고, 남은 할 일이란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뿐인데, 그런 그가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즈음에 일어나지 않고 꼭두새벽부터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은, 그의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해야 했다거나 새로운 사건을 맡았을 때뿐이다. 그래서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존은 경련을 일으키는 손을 다른 손으로 꼭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정말 정직한 손이로군. 조금 한가해졌다고 바로 이런 꼴이라니.


부엌으로 향한 셜록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으음- 하며 도로 닫았다. 뒤를 돌아 존을 바라본 셜록은 예의 생긋, 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존. 우유가 없네.”

“음? 지난번에 내가 사 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아, 그래. 방금 전 내 커피 잔에 남은 우유를 모두 넣었다는 것을 잊었군. 그래, 셜록. 우유가 없네.”


그래서 뭐? 하는 표정으로 존은 셜록을 올려다보았다. 언제나 우유나 과일, 샐러드 거리의 야채를 사오는 것은 존의 몫이었다. 그것이 슬슬 짜증이 나려던 참이었고 이번엔 결코 장보는 것을 떠맡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때마침 셜록이 저렇게 말을 걸어오니 직접적으로 ‘네가 그 망할 우유 사올 차례야’ 라고 말하는 대신에 존은 그저 쉽게 긍정하며 현실을 인정하는 것을 택했다. 셜록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 하며.


“그러고 보니 내가 며칠 동안 장을 보지 않은 것 같군.”


 며칠-동안? 존은 어이가 없어 되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화를 내면 셜록에게 휘말리기 쉬워질 뿐이다. 살인 사건을 맡아 바빴던 지난 2주 동안 내가 우리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던 것은 기억나지 않느냐고 존은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 그것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셜록에게 ‘장을 보게 하는’ 것이었다. 최대한 말을 아끼며 -분을 삭이며- 존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내가 사 온 것들은 거의 다 떨어져 가는 것 같군.”

“콩이나 옥수수 통조림도, 씨리얼도 없어.”

“난 씨리얼은 필요 없지만. 셜록, 자네가 필요한 게 있다면 장을 봐 오는 것이 좋겠네.”

“물론 나도 씨리얼은 필요 없어.”

“그럼 그거 자네가 산 게 아니었나?”

“허드슨 부인이 오랫동안 굶는 건 위험하다며 내게 좀 먹어보라고 가져다 준 것이었네, 존.”

“아, 그랬군.”


근데 그걸 먹었던가?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행동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셜록이 말했다.


“그냥 두었더니 눅눅해져서 버렸네. 자네도 그런 씨리얼은 먹고 싶지 않았을 거야.”

“난 씨리얼은 안 먹으니 상관없지만 허드슨 부인이 괜한 수고를 했군.”

“상관없을 걸세. 그녀는 우릴 돌봐주는 걸 좋아하니까.”

“뭐?”


분명 그녀가 몇 번이고 자신은 집주인이지 가정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것 같은데. 문득 존은 혹시 셜록이 자신에 대해서도 허드슨 부인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이 가사 일을 좋아해서 장을 봐 오고 먹을거리들을 솔선해서 챙기는 것이라고.

오. 마이. 갓.


“어쨌든 난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집에서 좀 쉬어야 겠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수고스럽겠지만 셜록, 자네가 나갔다 오는 것이 좋겠네.”


분산되려는 정신을 수습하며 존은 다시 장보기에 종지부를 찍는 발언을 했다. 그런 그를 셜록이 날카로운 눈으로 내려다보는 것을 존은 일부러 외면했다. 입을 한 일자로 굳게 다물고 있던 셜록이 존의 맞은편 소파에 다시 앉았다. 존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떨어져있는 신문을 집어 들었지만, 내심 ‘아니 왜 다시 자리에 앉고 그러지!! 이번엔 아예 일어나지도 않을 생각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존의 생각은 아는지 모르는지 셜록이 꺼낸 말은 그의 예상과는 좀 다른, “사건을 맡아달라는 의뢰가 하나 왔네, 존.” 느닷없는 사건 이야기였다.


“그래? 안 그래도 오늘 자네의 태도가 심상치 않아서 왠지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생각은 했었다네.”

“자네도 눈치가 많이 빨라졌군그래. 그것은 단순히 관찰과 경험으로만 얻어진 결론이겠지?”

“…물론 그렇네만.”

“훌륭하군. 발전하고 있어.”


자신의 말에 기뻐하는 셜록의 반응에 저도 모르게 존은 미소를 짓고 말았다.


“자넨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한 멍청이만은 아니었나 보네. 인간이 학습하는 동물이라서 정말 다행일세.”


…그 미소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지만.


“아무튼, 의뢰 받은 사건은 좀 단순해서 몇 가지만 확인해보면 금방 해결될 것 같네. 좀 시간은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런던의 어느 병든 대부호가 죽기 직전에 유언장을 썼는데, 그것이 친필 유언장이었어. 요즘 같은 세상에 좀 구식이지.”

“그렇군.”

“그런데 그 유언장의 행방이 묘연해진 거야. 유언장은 그 대부호가 죽기 전 수정되었고, 변호사에게 부치기 위해 잠시 집안 서재 어딘가에 방치되었는데, 그것이 사라진 거네. 물론 유언장을 둔 장소를 작성자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고 하지만, 누군가 그것을 발견했고 몰래 가져갔다는 것은 분명하지. 아마도 그의 자식들이거나, 재산에 관련된 다른 자들이 위조하기 위해 가져갔거나. 그리고 며칠 뒤 자신의 유언장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대부호는 사망했어.”

“그럼 그 유언장을 찾아주면 되는 것인가?”

“그래. 근데 그 가족들이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쓴 ‘위조된’ 유언장을 들고 나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정작 원본의 행방은 아직도 모르는데 말이야.”

“수정된 원본 유언장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유언장을 수정할 때 변호사는 같이 있지 않았지만, 전화로 이미 통보되었는지 그 내용은 알고 있다고 했네. 그러나 실제 유언장이 없으면 변호사의 말 따위는 효력이 없지.”

“그렇다면, 가족들이 제출한 유언장이 모두 가짜인 것은 변호사가 판단할 수 있겠군. 그들이 제출한 유언장이란 변호사가 들은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일 테니.”

“그래. 그래서 간단하지만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한 걸세. 조만간 그 대부호의 저택에 가서 유언장을 찾아 줄 생각이네. 훔쳐간 이가 이미 없애버렸을 가능성도 농후하지만, 그렇다면 친필 감정이라도 해서 내가 증인이 되어 가족들이 제출한 유언장이 모두 가짜라는 증거라도 잡아주어야겠지.”

“친필 감정이라면 관찰력이 풍부한 자네에게 딱 맞는 일이군.”

“……존, 나는 칭찬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존은 자신이 한 말 중에 비꼬려는 의도는 파악하지 못했냐고 묻는 대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네.” 라고 (조금 내키지 않는 태도로) 대답했다. 크흠, 괜시리 헛기침을 하며 셜록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좀 번거롭기도 하네. 재산 상속 다툼이라니, 썩 내키지 않거든. 알다시피 그런 일들에 관련된 사람이란 죄다 째째하거나 속 시커먼 놈들임에 분명할 테고 -그것도 일가족이 전부 그런 놈들이라니- 돈을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놈들보단 연쇄 살인범의 트릭을 깨는 일 쪽이 내겐 더 흥미진진하게 느껴지거든.”

“…자네의 취향이란 내 기준에선 정말 독특하다고 밖엔 할 말이 없네.”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피식 실소를 한 셜록은 그래서 말인데, 라고 다음 말을 이었다.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필요하다면 기꺼이.”


셜록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가끔 이런 식으로 손을 내밀어 부탁해오면, 그것은 마치 마법과도 같아서, 아무리 그 전까지 존의 성미를 돋우는 일이 있었다 해도 어느새 그랬냐는 듯이 스르르 녹아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존은 셜록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해 상체를 살짝 숙이며 그의 말을 경청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런 그에게 다음 말을 하는 대신 셜록은 존이 쥐고 있던 신문을 빼앗아 흰 종이 여러 장과 만년필과 함께 테이블 위에 탁 소리 나게 올려놓았다.


“유언장을 작성한 남성은 나이 아흔에 가까운 고령에 왼손잡이였네.”

“…그래서?”

“그리고 중풍을 앓았기 때문에 후유증으로 늘 손을 떨곤 했지. 아, 사인(死因)은 전혀 상관없는 위암이었네만.”

“…그런데?”


왠지 점점 기분이 나빠지려는 것을 느끼며 존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셜록을 바라보았다. 셜록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신문을 좌악 펼치고는 만년필을 집어 들어 존에게 내밀었다.


“왼손잡이에 손을 떠는 사람의 친필 글씨체 견본이 필요하네. 오늘 아침에 의뢰인의 메일 내용을 보는 순간 자네가 딱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면 그렇지. 존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홈즈라는 인간은, 가뭄에 콩 나듯이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드는가 하면, 그 다음엔 백 퍼센트 곤두박질치게 만드는데 달인이다. 결코 스스로 자각 없이 하는 행동이니 쉽게 화를 낼 수 없지만, 화를 내지 않으면 속으로 삭히느라 속이 상하고 마는 건 상대방일 뿐이다. 이런 고충을 누가 이해할까. 아. 이미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었군. 레스트레이드와 그의 휘하들.


“난 아흔 살도 아니고 중풍으로 팔을 떠는 것도 아닌데.”


셜록 홈즈, 이 무심한 녀석. 존은 속으로 궁시렁 거렸다.


“알고 있네. 모든 조건이 딱 들어맞을 수는 없지. 그저 참고만 하려는 것일 뿐이네. 손이 떨리는 사람들의 필체가 어떤 흔들림을 갖는지, 혹은 글자의 삐침 같은 데서 모종의 규칙성이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말야. 물론 자네와 그 노인의 필체는 애초에 매우 다르겠지만.”


그러나 결국 지고 만다. 당당한 표정으로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못하겠다고 한다면 분명 셜록은 금방 의기소침해질 것이다. 삐져서 삼일동안 말도 안 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 떨리는 빌어먹을 팔이 자네에게 도움이 된다니 꽤나 기쁘군.”


존은 억지로 웃어 보이며 셜록이 내민 만년필을 낚아챘다.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셜록이 대답했다.


“무슨 말인가. 자네 팔이 떨리지 않는 때에도 언제나 자네는 내게 큰 도움이 되네. 도와준다니 고맙군.”


그리고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카우치 한쪽에 얹어둔 코트와 머플러를 들고 그것들을 입기 시작했다.


“어디 가나?”

“사실 자네가 오늘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물론 자네의 손이 언제나 떨리는 것은 아니니까.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지. 그랬다면 내가 직접 나가서 다른 견본을 구해봐야 했으니까, 시간을 낼 수 없을 테니 장을 보러 갈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하려고 했거든. 근데 마침 자네가 날 도와준다고 하니, 그 사이에 내가 가서 장을 봐 오겠네.”

“자네가?”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나? 나도 가끔 장을 본다네.”


이게 웬일. 존의 눈이 놀라움에 동그래졌다. 갑자기 마치 커다란 곰 인형같이 바뀐 룸메이트를 바라보며 가죽장갑을 끼던 셜록은 그의 귀여운 룸메이트의 머리를 잠깐 쓰다듬고는 부엌에 달린 현관으로 향했다.


“아, 그럼 생선이나 과일 통조림도 좀 사다주겠나, 셜록?”


머리를 쓰다듬는 감촉에 당황해서 멍해지는 것도 잠시, 존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바람과 같이 사라지려는 셜록의 뒤꽁무니에 대고 외쳤다.


“그러지. 그리고 우유도 사오고 그 씨리얼이랑 똑같은 종류도 좀 사오겠네. 아무래도 허드슨 부인에게 감사의 말을 하려면 씨리얼 맛이 어땠다는 것 정도는 말하는 게 좋겠지.”


가끔 셜록이 존의 관찰력이 나날이 풍부해짐에 감탄하고 있다면, 이럴 때 존은 셜록의 사회성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소시오패스가 무려 남을 배려하려는 마음을 갖다니. 물론 아주 드문드문 일어나는 경우라는 게 안타깝지만.


“그래. 잘 생각했네. 허드슨 부인도 기뻐할 걸세.”

“그러니 자네는 걱정 말고 신문에 난 기사나 베껴 적고 있게. 금방 끝낸다면 자넨 오늘 맛좋은 꿩고기 요리를 먹게 될 거야. 내 훌륭한 요리솜씨에 대해 말한 적이 있던가?”

“…훌륭한 요리솜씨라고?”

 

또다시 충격을 받은 존은 얼빠진 표정으로 셜록을 바라보았지만 이미 그는 문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리 긴 룸메이트의 재빠른 행동에 존은 허우적거리며 그를 불러 세웠다.


“셜록! 이거 얼마나 써야 하는 건데?”

“가능하다면, 전부 다.”

“뭐? 이 빌어먹을 팔로 이걸 다 쓰라고?”

“적어도 내가 꿩고기 요리를 완성할 때까지만 노력해준다면 좋겠네. 다 못써도 좋으니 쓰는 데까지만 참고 써보게.”

 

왜 하필 나는 아침부터 신문을 읽고 있었던가를 자책하며 존은 신문지 위로 만년필을 던졌다. 그나마 손에 들고 있던 것이 브리태니커 사전이 아닌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건지도. 아니, 그 이전에 왜 갑자기 멀쩡하던 팔이 오늘 아침부터 떨리게 된 건지를 먼저 탓해야 하는 건가. 아니, 그렇다면 셜록이 장을 보지 못했을 테니 그건 좋긴 한데…. 대체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하다가 존은 다시 뒤돌아 저 멀리 사라지는 셜록에게 다시 외쳤다.


“샐러드 거리도 사오게! 야채 말이야!”

“존, 난 자네 룸메이트지 가정부가 아니야.”

“…맛좋은 포도주도 한 병 사오고! 백포도주가 좋겠어!”

“난 가정부가 아니라니까-”

 

1층에서 외치는 셜록의 작은 목소리와 닫히는 현관문 소리를 듣고 하, 하는 한숨과 함께 존은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이런 젠장. 순순히 장보러 나갈 줄 알았다면 물품 목록이라도 엄청 길게 적어주는 건데. 그나저나 꽤나 긴 저녁이 되겠군.

그런 그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셜록은 장을 보러 나간 후 몇 시간 동안이나 집에 돌아오지 않아 그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는 요리솜씨를 존이 맛보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존이 신문을 다 베껴 쓰는데 충분한 시간 정도?






처음 썼던 글. 으으 오글오글.. 원작 셜록과 BBC의 셜록이 구분이 잘 가지 않던 때였다..
꿩고기 요리 발언은 셜록홈즈 원작소설 네 사람의 서명을 참조하였음.


,
TOTAL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