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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2011. 1. 17. 09:00

셜존 :: 221B Baker의 아이들 - 1




:: 그 날 아침의 빅토리아 ::


  빅토리아는 6살짜리치고는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조숙한 편이었는데, 태어나 자라온 환경을 생각해보면 그녀가 그렇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랬다. 보통의 부모들은, 7시나 8시쯤 되면 일어나 출근 준비와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 동시에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깨워 식탁 앞에 앉히기 마련이지만, 베이커가의 아침은 잠에 취한 듯 마냥 조용하기만 했다. 학교 혹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한차례 부모들과 실랑이를 한 뒤 먹기 싫은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어머니 혹은 아버지를 따라 비로소 학교에 간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아무도 깨워주는 사람 없이 혼자 아침 7시에 일어나 조용히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 지루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한 시간이나 보던 빅토리아는, 8시가 지나자 그녀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귀엽다고 외치지 않을 수 없는 앙증맞은 발걸음으로 셜록과 존이 잠들어 있는 방문 앞으로 가 조용히 노크했다.

  그녀의 작은 손이 세 번쯤 두드렸을 때,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눈을 비비며 잠이 덜 깨 한번 비틀거린 존은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를 한 빅토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것을 보고 금세 표정을 바꾸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 비키. 안녕. 잠이 안 와?”


  빅토리아는 미묘한 표정으로 존에게 인사했다.


  “굿모닝, 파파. 지금 아침 8시야.”

  “아…그래. 그렇구나…. 뭐, 8시?”


  빅토리아는 놀라 양 볼에 손을 대고 입을 쩍 벌리는 아빠의 얼굴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자고 있을 다른 아빠를 보기 위해 존의 다리를 밀어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파파!”

  “…빅토리아.”


  침대 위에서 가늘게 눈을 뜬 셜록은 귀여운 노랑색 잠옷을 입은 빅토리아가 병아리처럼 폴짝, 하고 침대위에 뛰어오르자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까르르 웃으며 셜록의 품에 안긴 빅토리아는 셜록과 함께 침대에 모로 누워서는, 당황해하는 존을 보았다.


  “비키, 늦었어, 유치원 가야하잖아, 지금 아빠랑 놀 때가 아니라고!”

  “파파, 지금부터 내가 준비해도 9시 전까지 유치원에 도착한다는 보장이 없잖아.”


  필사적인 존과 달리 빅토리아는 이미 결심한 표정이었다. 어린 나이 답지 않게 영민했던 그녀는 자신이 지금부터 씻고 존이 준비하는 우유와 토스트를 먹고 택시를 타 런던 외곽에 있는 유치원에 도착한다 해도 이미 수업 시작 시간인 9시를 넘길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한 번 지각한 적이 있었는데 빅토리아는 헐레벌떡 유치원에 도착했던 그 경험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음엔 지각하느니 그냥 안 가고 말겠다고 단언한 상태였다. 그녀의 고집을 아는 존은 난처해졌다.


  “그냥 오늘은 쉬기로 결정했어. 파파도 이리 누워.”

  “비키, 제발…”


  그러나 빅토리아는 셜록의 품에 깊이 파고들었고 셜록은 졸면서도 무의식중에 그녀를 깊이 끌어안아 그 이마에 입 맞추었다. 누가 그 아버지에 그 딸 아니랄까봐. 존은 죽겠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셜록에게 짜증을 냈다.


  “셜록, 비키 유치원 보내야 하니까 얼른 일어나!”

  “오, 그 지루한 유치원에 하루쯤 가지 않는다고 해서 빅토리아가 갑자기 문제아가 된다거나 하진 않네. 내 딸은 그리 멍청하지 않거든. 그러니까-”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셜록은 존에게 손을 까딱였다. 빅토리아도 존을 보며 셜록을 따라 손을 흔들었다.


  “이리 와서 한숨 더 자는 게 좋겠어. 빅토리아-, 배고프니?”

  “아니.”

  “그럼 조금 더 자자. 존, 제발- (셜록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난 어제 새벽까지 빌어먹을 멍청이들 따라서 범인 잡느라 힘들었다고!”


  저 두 고집이 합심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 존은 자신이 왜 오늘 늦잠을 잤을까 자책하며 - 물론 그건 어제 새벽 늦게 들어온 셜록을 기다린 탓이었다 - 하는 수 없이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셜록은 빅토리아를 안고 몸을 돌렸고 아빠들 사이에 마주 누운 빅토리아는 방싯 웃으며 존의 얼굴에 작은 손을 가져다 댔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파파.”

  “비키, 너 일부러 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지… 그치?”

  “파파가 늦게 일어난 걸 내 탓으로 돌릴 셈이야?”

  “……”


  누굴 닮았는지 (그건 명백했지만 존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당해낼 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존은 자신을 쓰다듬는 빅토리아의 손을 쥐고 통통한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내일은 유치원 가는 거다?”

  “응.”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빅토리아보다 먼저 잠들어버리는 두 아빠를 보면서, 사실 오늘 유치원에서 춤 발표회가 있었는데 그 춤이 너무 엉터리고 유치해서 가기 싫었던 마음에 일부러 안 깨운 거라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빅토리아는 생각했다. 




- 첫째의 이름은 가므님이, 아직 나오지 않은 둘째의 이름은 크리스님이 지어주셨습니다. 제목은 세실리아 님이 지어주셨습니다.
- 가므님이 말해주신 딸바보 셜록에 낚였습니다 ohoh 가므님 차냥차냥 oh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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