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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2011. 4. 10. 02:30

셜존 :: 베이커가의 CCTV



 현관문을 열자마자 존은 그들의 하숙집에 손님이 찾아왔음을 알았다. 그것도 한두 사람도 아닌 여러 명이. 그들이 내는 어수선한 소리-무언가 뚫고, 두드리는-가 아래까지 들려왔다. 계단을 올라 거실에 도착하자 맞이하는 건 Police 마크가 붙은 조끼를 입은 사람들과, 책상 앞에 셜록의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 유심히 들여다보는 레스트레이드의 뒷모습이었다. 그 옆에는 셜록이 서서 모니터에 손가락질을 하다가 “이 각도라면 이쪽, 그리고 이쪽 천장에 설치되었던 카메라에서 찍힌 영상이 분명하군요.” 다시 몸을 돌려 거실 천장을 가리켰다.

 사건이라도 생긴 건가? 그러나 사건 때문에 경찰들이 자신들의 하숙집에 몰려올 리는 없다. 존은 지금 보는 이 광경이 셜록을 처음 만났던 날 있었던 가택수사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존은 문득 셜록이 가리킨 천장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셜록, 경감님?”

 “존, 왔군요.”


 셜록은 존을 흘끔 보더니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레스트레이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존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점퍼를 벗을 새도 없이 존은 책상으로 다가갔고 셜록은 그가 오자 옆으로 살짝 비켜섰다. 레스트레이드는 존에게 말했다.


 “오늘 이 영상파일이 내 사무실로 배달되었네.”


 뜻 모를 그의 말에 존은 셜록을 보았고, 셜록은 말없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노트북 화면에는 전체적으로 옅은 회색 톤의 해상도가 낮고 소리가 없는 영상 하나가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 귀퉁이에는 27.03.11:19.54.32 라고 쓰인 긴 숫자가 적혀 있었고 그 끝자리는 재생되는 내내 33, 34...로 바뀌어 갔다. 존은 그것이 날짜와 시간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뒤이어 영상의 내용에 크게 놀란 존은 얼빠진 표정으로 “이거 CCTV 영상인가요?” 라고 물었고 셜록이 미간을 찌푸림으로서 자신이 당연한 걸 물어 그에게 점수가 깎였다는 걸 알았다.

 존이 그럴 만도 했던 게, 영상 안에는 익숙한 풍경이 담겨져 있었다. 바로 지금 그들이 서 있는 하숙집의 거실,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는 셜록과 차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는 존 자신들의 모습이었다. 비록 천장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게 찍혀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집 구조만으로 화면 속의 장소는 베이커가의 하숙집임이 명백했다. “누, 누가 이걸?” 경악한 존이 금방이라도 모니터로 들어갈 듯 허리를 깊게 숙였고 집안을 수색하던 경찰들 중 하나가 와서 레스트레이드에게 검은 잔해들을 내밀었다.


 “발견된 건 거실에서 두 개, 침실에서 두 개, 부엌에 하나입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바로 그 영상이 나오게 된 원인인 CCTV의 초소형 카메라였다. 유심히 그것들을 들여다보던 셜록이 말했다.


 “훌륭하군요. 천장에 작은 구멍을 내서 그 안으로 카메라를 설치했어요. 아마도 우리 둘 다 자리를 비웠을 때 집에 찾아왔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존?”


 그러나 존은 뭘 어떻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누군가 그동안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니.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게다가 범인은 마치 나 잡아보라는 듯 그 파일을 야드에 보내기까지 했다. 그 대범함은 마치 전에 만난 적 있는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또다시 존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짐 모리어티?

 경찰은 비닐 봉투에 카메라를 넣어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레스트레이드는 심각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


 “허드슨 부인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집에 있는 동안 새로운 사람을 들인 적이 없다고 진술했어. 그녀가 외출했을 때 누군가 침입하려 시도했을지도 모르네. 그리고 그녀는 평소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장을 보기 위해 낮 혹은 저녁때 외출한다고 했고.”


 이래가지곤 언제 범인이 침입했는지 알 수 없어. 난감한 듯 레스트레이드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허드슨 부인, 지하실, 칼 파워스. 존은 자신들이 없을 때 짐 모리어티가 귀신처럼 침입해서 221c에 설치했던 첫 번째 힌트를 떠올렸다. 그라면 또다시 하숙집에 몰래 들어와 CCTV를 설치할 능력이 충분할 것이다. 존은 자신이 떠올린 이 용의자에 대해 말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행여 셜록이 비웃지나 않을까? 그때 셜록이 책상 위에서 봉투 하나를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


 “모든 게 불분명해요. 고작 단서는 그 파일이 담긴 usb가 들어있던 이 봉투 하나고. 메시지도 없으니 범인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어요. 보내는 사람 이름이, M이라고 적혀있지만 그것만으론 용의자가 좁혀지지 않는군요.”


 그 말에 존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졌다.


 “모리어티!”


 뜬금없는 그의 말에 셜록과 레스트레이드는 동시에 존을 쳐다보았다. 존은 얼어붙은 듯 두 사람을 황망히 바라보았고, 이내 셜록의 설명을 요구하는 한숨 소리를 들었다.


 “존, 이니셜만 가지고 그가 모리어티라고 생각할 순 없어요.”

 “아니, 그렇잖아. 그가 아니면 누가 이 집에 들어와서 몰래 CCTV를 설치할 수 있겠어? 그것도 흔적 없이. 웬만한 흔적이라면 셜록, 네가 금방 눈치 챘을 텐데 무려 다섯 개나 카메라를 설치한 걸 들키지 않았어. 그런 솜씨를 발휘할 사람이, 그것도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싶어 하는 이니셜 M을 가진 사람이 그 말고 누가 더 있어?”


 그 말에 셜록은 편두통이 온 사람처럼 인상을 확 찌푸렸다. 카메라가 설치된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말이 셜록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도 모른 채 존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레스트레이드는 존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자신들이 그 사건 이후 아직까지 모리어티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는 건 변함이 없기에 침묵을 지켰다.


 “레스트레이드, 다 끝났으면 그만 돌아가 주시죠.”

 “짐작 가는 데라도 있나?”

 “아직은요.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존은 강한 어조로 확신했다.

 “모리어티라니까!”


 그러자 셜록이 신경질을 냈다.


 “존, 범인이 모리어티이길 바라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가 반 년 만에 다시 나타나서 하는 일이 고작 CCTV를 다는 것이라니 너무 조심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제가 그라면 어려운 살인 사건을 몇 건 더 저지르는 걸 택할 겁니다.”


 그런 셜록의 말에도 존은 굽히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그 전조이거나 힌트일지도 모르잖아? 우리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건지도 몰라.”

 “다 음번엔 221b에서 살인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서 말이죠. 꽤나 설득력 있는 말이군요. 우리가 집에 있을 때 살인을 하려고 일부러 집에 없을 때 찾아와서 CCTV를 달고 가다니, 그럴 바엔 집에 숨어 있다가 총을 쏘는 게 더 빠르다는 걸 모리어티가 과연 몰라서 그랬을까요?”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던 레스트레이드는 두 손을 들었다.


 “수색도 다 했으니, 난 그만 가 보겠네. 토론이 다 끝나거든 연락하게.”


 그리고는 바삐 움직이는 부하 직원들을 데리고 언제 왔냐는 듯 휑하니 사라졌다. 난장판이 된 거실과 덤으로 구멍이 난 천장까지 둘러보며 존은 허드슨 부인의 잔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듯해 진저리를 쳤다.


 “범인이 잡히면 우선 수리비라도 청구해야겠어.”

 “모리어티 앞으로 달아놓도록 하죠.”


 비꼬는 억양에 존은 팔짱을 끼고 셜록을 째려보았다. 셜록은 한숨을 쉬었다.


 “존, 모리어티는 제가 ‘그 때’ 분명히 총으로 쏘았다구요.”

 “그래. 그리고 시신도 찾지 못해서 아직까지 행방이 오리무중이지.”


 존과 셜록이 수영장에서 모리어티를 만났던 그 때, 극적으로 때맞춰 도착한 레스트레이드 및 그의 휘하들이 격투전을 벌여 가까스로 두 사람을 구해냈지만 모리어티는 잡지 못했다. 셜록은 제가 그를 총으로 쏘았고 그가 총에 맞는 걸 보았다고 증언했지만 사방이 총탄으로 빗발치던 상황에서 모리어티가 총에 맞았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두 사람은 도망쳐야 했다. 그리고 모리어티는 아직까지 시신도, 행방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존은 그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 확신이 그를 때때로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셜록은 짜증을 내며 말하는 것이었다. 분명히 총에 맞았어, 라고.

 사실 이 논쟁 속엔, 불안함에 존이 베이커가를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셜록의 걱정이 적잖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존은 겁쟁이가 아니었고, 모리어티가 다시 나타나기 전에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논쟁을 그만두고 셜록은 존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책상 앞에 앉은 채 영상을 곰곰이 바라보았다. 이 말없는 휴전 선언에 존도 백기를 들고는 그의 옆에 서서 다시 그 소름끼치는 영상을 감상했다.

 화면에 찍힌 날짜는 3월 27일. 일요일이었고, 저녁시간이었다. 존은 그때 자신들이 집에서 단촐하게 저녁을 먹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던 걸 기억해냈다. 아마도 그 모습일 것이다. 영상은 2분 이내의 것으로 짧았고 프레임은 3초 간격으로 움직였다. 그 때문에 화면의 두 사람은 기계처럼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들이 아닌 건 아니기에 존은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범인의 의도가 대체 뭐일까. 어째서 이 파일을 보란 듯이 자신들에게 보내온 걸까. 고민하는데 셜록이 화면을 끄고 다른 창을 열었다.


 “존, 이건 당신에게만 말하는 겁니다. 사실 또 다른 CCTV 영상을 오늘 메일로 받았어요.”


 크흠, 헛기침을 한 셜록이 메일함을 열어 첨부파일을 보여주었다. 존은 셜록의 말대로 크게 놀랐다. “파일이 또 있다고?” 천장 꼭대기에서 찍힌 자신들의 모습이 또 있다는 말에 존은 기절할 것만 같았다.


 “메일 주소는 도용된 거라서 범인을 찾는데 별다른 힌트가 되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 파일은 레스트레이드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 그에겐 비밀로 했습니다.”


 어째서? 라고 물은 존은 셜록이 재빨리 마우스를 클릭해 영상을 재생하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세상에.” 존은 손을 들어 두 눈을 가렸다. 그리곤 다시 중얼거렸다. “세상에.”


 영상의 배경은 하숙집 거실이 아닌 존의 침실이었다. 그곳엔 두 사람이 포개진 자세로 영상에 찍혀 있었다. 물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의 모습이었다. 영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셜록은 잠시 그것을 멈추었다. 등을 돌리고 선 존이 안절부절 못하며 정신 사납게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날짜는 그 전날인 26일이고,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로군요. 이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습니까?”


 그러자 존이 새빨개진 얼굴로 화를 내듯 셜록에게 달려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나냐고? 진심으로 몰라서 묻는 거야, 셜록?”

 “물론 압니다. 당신은 밤 늦게까지 바츠의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 위에서 날 깔아뭉갰죠. 존, 당신은 술에 취하면 과감해지는 타입이더군요. 그건 전혀 몰랐던 사실-”

 “알았으니까 그만해, 셜록!”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내리며 존은 f가 들어간 욕설을 그 누군가에게 내뱉었다.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는 듯 셜록은 영상을 다시 재생시키고 천천히 감상했다. 못 참겠다는 듯 존은 성큼성큼 다가가 정지버튼을 누르고 노트북 뚜껑을 닫았다. 셜록은 어깨를 으쓱였다.


 “왜요?"

 “넌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 누가 우리의- 빌어먹을 침실 장면까지 촬영했는데? 난 포르노 배우가 아니라고!”

 “하지만 CCTV의 존재를 알아챘으니 이 정도 영상은 찍힐 수도 있다는 걸 예상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존. 그리고 별로- 선명하지도 않은데요.”


 존은 너무 화가 나서 거의 혼수상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과 반대로 태연한 셜록의 모습에 존은 더욱 열이 받고 있었다.


 “빌어먹을, 어째서 넌 CCTV가 있다는 걸 못 알아챈 거야? 그 잘나신 추리의 과학은 이럴 때 뭐 하고- 젠장!”


 결국 비난의 화살이 노골적으로 그를 향하자 셜록은 재밌다는 듯 의자에 등을 기대고 존을 보았다. 머리를 쥐어뜯을 듯 괴로워하던 존은 제가 한 말의 뜻을 한 템포 늦게 알아차리고 뒤늦게 셜록에게 사과했다.


 “방금... 한 말은 내가 심했어. 미안해.”

 “사과는 받아들이죠. 왜냐면 전 CCTV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찾은 건 네 개였어요. 부엌은 미처 보지 못했군요.”


 이젠 거의 기절 직전의 존은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알, 알고..있었다고? 네가?” 셜록은 눈썹을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만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제 직업을 잊었나 보군요, 존.” 존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얼굴을 감싸 쥐었다. “세상에서 제일 잘난 자문 탐정이지. 셜록, 알고 있었는데도 그냥 놔뒀단 말이야?” 존은 이 남자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귀띔이라도 해줬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러나 셜록의 다음 말은 더 가관이었다.


 “마이크로프트의 짓일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당신이 간과한 게 하나 있지만, 이니셜 M은 마이크로프트에게도 해당되잖아요. 근데 오늘 레스트레이드에게서 usb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고 범인이 바라는 게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레스트레이드를 불러 CCTV를 찾으라고 한 거였어요. 물론 제가 해도 됐겠지만, 알다시피 몸 쓰는 건 그들 전문이니까. 셜록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그리고 CCTV의 주인이 마이크로프트라면 레스트레이드에게 자신의 취미생활을 드러내려 일부러 파일을 보내는 수고를 벌이지는 않을 테니까요.”


 셜록, 지적해야 하는 건 그 부분이 아니야.... 존은 현기증이 났다. 마이크로프트라면 침실에서의 정사까지 고스란히 찍혀도 상관없다는 거야, 셜록? 그 발상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존은 셜록이 CCTV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걸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숨긴 게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건 숨긴 게 아니라 그냥 무시했던 거다. 어쩌면 보란 듯이 그 앞에서 이상한 짓을 해왔는지도 모르지. 그리고 셜록은 그 사실을 증명해보였다.


 “이 부분을 봐요, 존.”


 셜록은 영상을 다시 재생시키더니, 3분이 조금 지나고 있는 상황바를 클릭해서 화면에 크게 띄웠다.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한 존은 눈살을 찌푸리며 참고 영상을 보았다.

 셜록은 침대에 누워 있었고 그 위에 올라탄 존이... 하는 장면이었다. “여기예요.” 셜록은 모니터를 가리켰고 존은 자신을 향해 손을 뻗고 있던 셜록이 고개를 돌리는 걸 보았다. 끊어지는 화면과 낮은 해상도 덕에 셜록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그는 뭔가 살피는 것처럼 존이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카메라를 찾았던 순간이에요. 이 날 발견했죠. 일부러 이 장면을 보내오다니 범인도 내가 CCTV를 찾았다는 걸 알아챈 게 분명해요.”

 셜록은 “나랑 그..짓을 하다가 CCTV 카메라를 찾았다고?” 경악하는 존을 무시하고 조금 더 화면을 뒤로 돌렸다. “내가 카메라를 보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더군요.” 이번엔 존이 아래에 누워있고 셜록이 그의 다리 사이를 파고든 자세로 앉아 있었다. 존의 입에서 아아아...하는 탄식소리가 새어나왔다. “셜록, 셜록? 이 파일... 무려 6분이 넘는다고..? 셜록....” 그러자 셜록이 피식 웃었다. “그럼 아까 레스트레이드가 보여준 파일처럼 2분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난 조루가 아니거든요.”

 그리고는 화면을 가리켰다.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잖아요.” 그의 말대로였다. 셜록은 완전히 몸을 돌려 등 뒤에 있는 CCTV 카메라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하, 한숨을 내쉰 존이 알았으니까 그만해. 하며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그 영상이... 소리가 안 나는 게 정말 다행이로군.” 셜록이 코웃음을 쳤다. 존도 제 말이 우스웠는지 피식피식 웃어버리고는 다시 몸을 돌려 셜록에게 말했다.


 “교활한 놈이야. 그러니까 얼른 추적해야 해. 안 그러면 또 어떤 영상을... 셜록?”


 그러나 셜록은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다시 그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다. “그만 보라고, 좀!” 존이 화를 버럭 내자 셜록은 존을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존은 왠지 그 미소가..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의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소리는 안 나지만 자극이 안 된다고는 못하겠군요. 존.”


 셜록은 자리에서 일어나 존에게 다가갔다. 존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셜록? 뭐 하려는 거야? 설마...”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존은 그만 멈춰 서라는 듯 두 손을 내밀었다.


 “오, 젠장. 여기 또 어딘가에 CCTV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셜록...”

 “CCTV는 아까 그들이 다 가져갔어요. 또 있다면? 그렇다면 범인이 새로운 파일을 보내올 테고 그럼 다시 베이커가를 수색해 볼 수 있을 테니 더 좋은 일 아닌가요. 아무래도 이 범인은-”


 존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긴 소파로 그를 몰아세운 셜록은, 뒷걸음질 치던 그가 소파 위로 털썩 주저앉자 기다렸다는 듯 그 위로 몸을 숙였다. 그리곤 그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타입인 것 같군요.”







- 그 M은 납니다 ㅇㅇ M은 걍 훼이크..

- 2.5D 온리전 버퍼링 광고 글로 썼던 글. 부스명이 "베이커가에 CCTV에 놔 드려야 겠어요" 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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