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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2011. 3. 19. 23:14

셜록 :: 셜록 왕자


합성 :: 가므님 作
또 다른 존잘 합성은 이쪽



1장

내가 박사 학위를 막 땄을 무렵, 누나는 한 여자를 나에게 소개했다. 그녀의 이름은 클라라였고, 미인이었다.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 나는 그녀를 내 침대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녀는… 아뿔싸! 누나의 그렇고 그런 여자 친구였다. 상심한(쪽팔렸던) 나는 개업의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했다. 내가 배치된 곳은 아프가니스탄이었다. 남자들이 득시글한 군대는 실연의 상처를 잊게 해주는데 아주아주아주 효과적이었다.

 

 

2장

이렇게 나는 속마음을 나누는 사람 없이 몇 년간 혼자서 살아왔다. 사하라 사막에서 내가 조종하던 (나는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도 땄다. 그것은 국경을 넘을 때 운전면허보다 훨씬 쓸모가 있었다.)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내게 있어서 그것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였다.

첫날 저녁 나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수만 리 떨어진 모래 위에서 잠이 들었다. 그러니 동틀 무렵 이상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짐작이 갈 것이다.


“해골 하나만 그려 주시겠습니까?”

“뭐라고?”

“해골 하나만 그려 달란 말입니다…”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양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나를 근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사람 사는 곳에서 수만 리 떨어진 사막 가운데서 길을 잃은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니?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진지하게 대꾸하고 말았다.


“난 화가가 아니야. 의사라고.”

“좀 합니까?”


그 남자는 무례하게도 대뜸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나는 오기가 나서 대답했다.


“물론이지.”

“오, 그렇군요. 근데 그거랑 해골과의 상관관계는 없잖습니까. 해골 하나만 그려달라구요.”


그래서 나는 이 무례한 남자의 품 안에서 종이 한 장과 만년필을 꺼내 생전 그려보지도 못한 해골을 대충 그려 주었다. 아마도 너무 오랜만에 남자사람을 만난 탓에 그런 친절한(?) 행동이 저절로 나온 것 같다. 평소의 나라면 군인다운 자세로 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주먹부터 날렸을 텐데. 그는 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다 말했다.


“틀렸어요! 이 해골은 턱이 너무 길잖아요.”


나는 또 그렸다. 그는 피식 비웃으며 말했다.


“이건… 이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의 해골이군요. 여자는 제 범위가 아닌데.”


이게 여자 해골이란 걸 어떻게 아는 거지? 황당했지만 나는 다시 그렸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가요? 이 해골은 머리를 둔기로 맞은 듯 정수리가 찌그러져 있군요.”


나는 더 참을 수가 없어, 아무렇게나 끄적여 건네주었다.


“이건 상자야. 자네가 원하는 해골은 이 안에 있어.”


그러자 의외로 이 젊은 남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해골은 말을 할 줄 압니까?”


이 질문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골이 말을 한다고?


“그건 왜지?”

“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말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해골은 그러기에 좋은 상대죠. 그런데 해골이 말이 많으면 제가 말을 못하잖습니까.”


이봐, 해골은 말을 못하거든? 이거 또라인가?

이렇게 해서 나는 이 기이한 젊은 남자, 셜록 홈즈를 알게 되었다.

 

 

3장

그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내게 계속 질문을 했지만 내가 묻는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건 뭐죠?”


그는 내 비행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이 남자가 최신 기술의 혜택이라곤 일절 없었던 미개한 곳에서 살았나보다고 생각해 친절하게 대답했다.


“이건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야. 비행기라고 하지.”


그러자 그 남자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마치 화를 내는 것처럼.


“제가 그렇게 멍청해 보입니까? 이게 비행긴줄도 모르게?”

“뭐? 이게 뭐냐고 물었잖아?”

“왜 이게 여기 있느냐는 겁니다. 당신 의사라면서요? 비행기 조종도 할 줄 압니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응.” 그러자 그가 돋보기를 꺼내 내 비행기를 샅샅이 훑더니 말했다.


“이걸 타고 왔다면 그리 멀리서 오지는 못했겠군…”

 

 


나는 셜록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려고 애를 썼다.


“자넨 어디서 왔나? 집이 어디고? 해골을 잃어버렸나?”


그러나 그는 불쑥 이렇게 말했다.


“존, (그는 대뜸 호칭도 없이 내 이름을 부르며 친한 척을 했다) 당신이 준 상자는 해골을 보관하기 좋으니 딱이군요.”

“물론이지. 근데 상자가 필요했던 건가? 더 그려줄까?”

“필요 없습니다. 하나면 됐어요. 허드슨 부인이 맨날 내 해골을 가져가서 숨길 데가 필요했거든요.”

“허드슨 부인?”


그 이름을 꺼내자 셜록은 슬픈 듯이 말했다.


“221B 베이커 스트릿… 플랫이 그리워지는군요.”

 

 

4장

이렇게 해서 나는 또 한 가지 아주 중요한 것을 알아냈다. 셜록이 사는 집은 허드슨 부인이 세를 놓은 221b 베이커 st.이란 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어째서 그가 거기서 이 먼 사막까지 온 건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그리고 그에 대해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그가 하늘에 수많은 별들을 보면서도 전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 기본적인 것을 모르다니 나는 그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것인지 궁금해졌다.

내가 이 말을 할 때마다 그는 외쳤다. “It's the SOLAR SYSTEM!” 그리고는 팽하니 토라지는 것이었다.

 

 

6장

오! 셜록. 나는 이렇게 조금씩 네 생활을 알게 되었다. 너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것 외에는 오락이라는 걸 몰랐지. 나는 그 사실을 넷째날 아침 네가 이런 말을 했을 때에야 알 수 있었다.


“살인 사건 어디 없나요? 정말 지루하군요.”

“여긴 너와 나 둘 뿐이라고?”


그리고 나는 아차, 했다. 네 눈이 번득이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셜록? 그러자 너는 나중에 웃으며 말했지.


“저는 시체와 함께 잠드는 취미는 없습니다, 닥터 왓슨.”


그 말에 나는 안도하면서도 그가 나의 마음을 귀신같이 읽어낸 것이 부끄러워졌다.


“언젠가는 살인 사건을 한꺼번에 다섯 건이나 해결했죠!”


자랑스럽게 외친 그는 조금 후에 다시 말했다.


“존, 그러니 제가 지금 얼마나 지루한지는 잘 알겠죠? 지루할 땐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지거든요…”

“그럼 다섯 건이나 해결한 그날은 그렇게 지루했었나?”


그러나 셜록은 대답이 없었다.









[셜록의 여행]

 

10장

셜록은 마침 맡고 있는 사건의 보고서를 경시청에 다 보낸 참이었다. 그리곤 뭔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이크로프트가 베이커가에 찾아왔다. 그리고 마이크로프트는 자랑스럽게 외쳤다.


“자네를 위해 사건을 하나 가져왔노라.”


셜록은 그 말을 듣자마자 지루해져 하품을 했다. 그 모습을 본 마이크로프트가 얼른 명령을 내렸다.


“내 앞에서 하품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하품하는 것을 금하노라.”

“하품을 참을 수가 없어. 사건을 해결하느라 며칠째 밤잠을 못 잤거든. 그리고 말투가 왜 그래?”


셜록이 묻자 마이크로프트는 말했다.


“원작이 그러느니라.[각주:1] 그럼 하품하기를 명하노라.”

“됐으니까 사건이나 줘.”


마이크로프트는 셜록의 반응에 심기가 불편해진 듯했다. 왜냐하면 마이크로프트는 무엇보다도 자기 권위가 존중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선량한(..) 사람이었기에 이치에 맞는 말을 했다.


“내가 만약 너에게 사건을 줬는데 네가 그 말을 따르지 않았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네 잘못이니라. 이 버릇없는 녀석.”


이것이 평소의 그의 신념이었다. 셜록은 대답하기도 귀찮아 손을 까딱이며 소파를 가리켰고 마이크로프트는 헛기침을 하며 그 자리에 앉았다.


“좀 물어봐도 될까?”

“질문하기를 명하노라.”

“대체 평소에 뭘 하며 사는 거지? 마이크로프트.”

“모든 것을.” 마이크로프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모든 것?”

“그렇도다. 정확하게 말하면 모든 CCTV를 다스리노라.”


그러자 셜록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저기 있는 저 CCTV 모두를?”

“그렇도다, 저기 있는 것들 모두를….”


왜냐하면 그는 정부의 요직에 한 자리 꿰차고 있으며 부업으로 CIA 알바도 뛰는 은밀한 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셜록은 그에게 안 되면 말고, 라는 시큰둥한 자세로 요청했다.


“그렇다면 능력이 충분하겠군. 살인 사건이 열 개쯤 일어났으면 좋겠어. 연쇄적인 걸로. 두뇌 게임을 요하는 거라면 더 좋고.”


그러자 마이크로프트는 대답했다.


“가능한 일을 명령해야만 하느니라. 권위는 이성에 근거를 두는 것이로다.”

“살인 사건은 이성 따위 필요 없는 자들이 일으키는 거거든? 그래서 언제쯤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건데?”


마이크로프트는 가지고 온 파일을 그제야 내밀며 대답했다.


“이것은 내 명령이니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보고 난 뒤에 행하겠다.”


셜록은 받아들지도 않고 마냥 하품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


“지루하니까 난 떠나겠어.”

“떠나지 말라! 원한다면 CIA 알바 하나 정도 줄 수 있느니라!”


그러나 셜록은 코트를 꿰어 입고 문을 나서며, ‘저 남자는 정말 이상하다’ 고 생각했다.

 


 

11장

셜록이 처음으로 찾아간 수영장에는 짐 모리어티라는 자가 있었다.


“아아, 전화번호 줬는데! 왜 이제야 찾아와?”


셜록을 보자마자 그는 멀리서부터 소리쳤다.


“헬로, 섹시?”

“흠, 멋진 수트를 입었군.” 셜록은 대꾸했다.

“이건 웨스트우드 거라고. 자네를 위해서도 폭탄 조끼를 하나 준비했지.”


새 수트가 자랑스러웠던 그는 어깨춤을 탈탈 털고는 수영장 한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폭탄이 붙은 조끼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래서 셜록은 주머니에서 총을 꺼냈다.


“마이크로프트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낫군.”


셜록은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모리아티를 향해 총을 겨눴다.


“폭탄이 터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그러나 모리어티는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도끼병 중증 환자였다.


“정말로 나를 사랑하나? 셜록?”


모리어티는 셜록에게 물었다. 그러자 셜록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랑이 뭐지? 그건 내 수비범위 밖인데.”


그러자 모리아티는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거야. 세상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죄다 게이거나, 이미 유부남이어서 어쩔 수 없이 컴퓨터를 붙잡고 2.5d 캐릭터를 물빨핥 하는 거지. 거기서 진화하면 커다란 잉여가 되거나.”


그의 말을 들은 셜록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너도 게이잖아? 너 스스로가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지! 그러니까 날 사랑해 달라고 셜록!”

“아, 그렇게 되는 거였나.”


셜록은 권총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모리아티는 아까보다 더 악다구니를 쓰며 간절하게 외쳤다.


“제발 나를 사랑해다오! 셜록!”

“내가 널 사랑한다 해도 그게 내게 무슨 소용이지?”


그리고 그를 향해 사랑의 총알을 날린 뒤 수영장을 떠났다. 수영장 안에는 한줄기 비명이 가득 찼다.

셜록은 길을 가는 동안, ‘남자들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12장

셜록이 그 다음에 간 곳은 살인 사건 현장이었다. 거기서 앤더슨을 만난 셜록은 잠시 동안 우울해졌다.


“멍청한 얼굴로 거기서 뭘 하나?”

“사건 현장을 살피지.”


앤더슨은 몹시 침통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사건 현장을 왜 살펴?”

“그래야 범인을 잡을 수 있으니까.”

“범인은 잡아서 뭐 하게? 어차피 넌 멍청해서 범인을 잡을 단서 하나 못 건질 텐데.”


셜록은 그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창피를 덜 당하니까.”


앤더슨은 고개를 숙이며 자백했다.


“누가 창피를 주는데?”


그러자 앤더슨은 버럭 거리며 셜록에게 소리쳤다.


“네가 맨날 내 사건 현장에 와서 내 밥벌이를 가져가잖아! 난 정말 샐리, 그녀를.. 볼 면목이… 면목이 없다고!”


앤더슨은 이렇게 말하고 입을 꾹 다물고는 셜록에게 등을 돌렸다.

셜록은 쯧쯧거리며 그 현장을 떠났다. 그리고는 ‘남자들은 정말 너무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13장

셜록이 그 다음에 간 은행에는 오랜 친구 세바스찬이 있었다. 그는 무엇이 그리 바쁜지 셜록이 왔는데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안녕, 오랜만이군.” 셜록이 말했다.

“오늘의 환율이, 어디보자. 어제보다 8원70전이나 하락했군. 1126원60전[각주:2] 이라니.”

“뭐가 1126원60전이라는 거야?”

“응? 너 여태 거기 있었냐? 셜록. 원 달러 환율을 말하는 거야. 1124원…. 뭐였지. 하도 바빠서. 잡담할 시간이 없어.”

“1126원60전이야. 그런 머리로 어떻게 은행에서 돈을 버는지 궁금하군.”


한번 들으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그러나 하드디스크 정리는 언제나 재빠른) 셜록은 피식, 그를 비웃었다. 그러자 발끈한 세바스찬이 그를 쏘아보았다.


“누 가 널 내 방에 들여보냈지? 비서인가? 나는 이 은행에 다닌지 5년이 채 안됐지만 그 동안 방해를 받은 일은 한 번도 없는데. 날 방해한 남자는 네가 처음이군. 나는 바쁜 사람이니까… 가만있자, 1126원 40전이라고 했었지…”

“1126원 60전이라니까. 그걸 가지고 뭐 하는데?”


세바스찬은 조용히 일할 가망이 없음을 깨달았다.


“뭘 하긴, 달러 투기나 원화 투기를 하는 거지.”

“그깟 종이 조각을 사서 뭘 한다는 거지?” 어깨를 으쓱이며 셜록은 물었다.

“무얼 하느냐구?”

“그래.”

“아무 것도 안 해. 그냥 갖고 있는 거야.”


세바스찬의 말에 셜록은 짐짓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듣기에 그것은 정말 멍청한 소리처럼 들렸다.


“달러나 원화를 사서 그냥 둔다고?”

“그래.”

“그걸 갖는 게 네게 왜 필요하지?”

“부자가 되니까.”

“부자가 되어서 뭘 하게?”

“달러나 원화를 사서 투기를 하지.[각주:3]


셜록은 제 오랜 친구가 앤더슨처럼 멍청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보기 드문) 인내심을 갖고 질문했다.


“그 종이 조각들은 어떻게 보관하지?”


그러자 세바스찬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하! 소리를 내며 그를 비웃었다.


“여긴 은행이라고 셜록, 금고에 넣어두면 되잖아!”

“금고에 넣어둔 게 도난이나 횡령당하지 않으리란 법이 어디 있어?”

“꺼내서 세고 세고 또 세고 하면 되지. 그건 힘든 일이지만 나는 성실한 사람이거든!”


그러나 셜록은 그의 대답에 만족하지 않았다.


“나는 비싼 목도리가 있으면 금고에 보관하는 대신 그걸 목에 두르고 다니지. 신발이나 시계, 새 코트가 필요하면 형에게 받은 카드를 써.[각주:4] 그렇지만 그 많은 종이돈들은 쇼핑할 때 가지고 다닐 수가 없잖아!”


대학 시절부터 잘난 척에 일가견이 있었던 셜록에게 이번에도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세바스찬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하, 하지만 그걸 은행에 맡기고 통장과 카드를 발급해 쓸 수는 있지.”

“그게 무슨 소리지?”

“통장과 카드 말이야, 셜록. 종이에다가 숫자를 적은 것들. 돈을 뽑아 쓰거나 긁을 수 있는 플라스틱 카드!”


세바스찬은 자신의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그에게 마구 흔들었다.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본 셜록은 아아, 하고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블랙카드가 하나 있는데, 종종 긁곤 하지. 한도가 없어서 마음껏 쓸 수 있어. 형에게서 받은 것이고 당연히 돈은 형이 내는데, 생각해보니 안 돌려준 지 꽤 됐군. 그동안 얼마를 썼는지 기억도 안 나. 그래서 난 사람들이 가진 모든 카드들이 다 그렇고 컬러도 검은 색인 줄 알았는데 자네가 가진 그 요란한 색의 카드를 보니 그게 아니었나봐? 흠. 자넨 한도가 얼마쯤 되나?”


세바스찬은 뭐라고 대꾸하고 싶었으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셜록은 그를 두고 은행을 떠났다. 그는 길을 가며 ‘남자들은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15장

그 다음에 찾아간 곳은 경시청이었다. 레스트레이드는 책상 위에 앉아 있었다.


“명탐정 나으리가 오셨군!”


레스트레이드는 셜록을 보자 소리 질렀다. 셜록은 지친 듯 그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털썩 앉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레스트레이드의 얼굴은.. 으음, 핼쓱해져 있었다. 바보 앤더슨에게 많이 시달린 모양이었다.


“새로운 사건이 없나?”

“나는 알 수 없네.”


레스트레이드가 대답했다.


“그래? (셜록의 기대가 어그러졌다) 살인 사건도?”

“난 알 수 없어.”

“도난 사건은?”

“그것도 알 수 없네.”

“자넨 경찰이잖아?”

“그래. 그러나 나는 살인범이나 도둑은 아니지. 그리고 마이크로프트도 아니야. 내겐 CCTV가 없네. 살인범들이나 도둑이 예고하고 살인하나? 아, 모리어티는 좀 예외로군. 그래도 어쨌든 사건이 내게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리거든. 그리고 나는 사건이 오면 언제나 자네에게 먼저 연락을 하잖나.”

“그렇지.”


셜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스트레이드는 멍청한 부하직원들 때문에 한 번 크게 화가 났던 이후로 늘 미스테리한 사건이 벌어지면 셜록에게 먼저 연락하는 것이 버릇이었다.


“앤더슨이 헛소리를 하면 사건 해결에 큰 지장이 생기니까 말이지. 자네도 잘 알잖나, 셜록.”

“물론 잘 알지.”

“그에게 사건을 주면 라헤(Rache)랑 레이첼(Rachel) 중에 뭐가 맞는지 헷갈리기나 하거든.”


사건이 없다는 말에 지루해진 셜록은 더 이상 그와 앤더슨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자네는 얼른 새로운 법의학자 파트너를 찾는 게 좋겠어. 앤더슨이 함께 일하는 게 짜증난다면 말이지.”


그의 말에 셜록은 자신의 새 파트너가 누가 좋을지 생각하며 길을 떠났다.

 

 

 

14장

지루하고 멍청하고 이상한 남자들만 만난 셜록은 색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의 생각이 이루어지듯 갑자기 도로변에 검은 차가 한 대 오더니 멈춰 섰고 안에서는 마이크로프트의 비서 안시아가 나와 셜록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보는 여자사람이었다. 그녀는 시선을 들고 있는 핸드폰에서 떼지 않은 채, 셜록에게 말했다.


“타시죠.”


걷느라 다리가 아팠던 셜록은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랐다. 다른 것에는 일절 관심 없는 안시아의 행동을 보며 셜록은 그녀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얼핏 멍청해 보이는데 그래도 마이크로프트나 앤더슨이나 세바스찬보단 덜 멍청하다. 적어도 그녀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으니까. 소통은 이로운 일이지. 갑자기 내 해골이 그립군.’


셜록은 그녀와 대화를 하기 위해 드물게도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안시아.”

“안녕하세요.”


안시아는 핸드폰을 보며 대답했다.


“날 왜 태운 거죠?”

“명령이에요.”

“명령이 뭔데요?”

“당신을 태우라는 거죠.”


한숨을 내쉬는 셜록을 흘끔 보더니, 안시아는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주는 것이었다.


“왜 핸드폰을 보고 있어요?”

“명령이니까요.”

“정말인가요?”

“명령은 명령이겠죠.”


그러면서 안시아는 핸드폰을 쉴 새 없이 만지작거렸다.


“전엔 좀 괜찮았죠. 마이크로프트가 트위터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각주:5]. 아침에 문자 체크하고 점심에 문자 체크하고 저녁때 문자 체크하면 되었으니까요. 나머지 시간에는 쉴 수도 있고, 밤에는 잘 수도 있었죠.”

“그럼 그가 트위터를 한 뒤로 명령이 바뀌었나요?”


안시아는 분노했다. 핸드폰을 꼭 쥔 채로.


“명령은 바뀌지 않았어요. 그러니 큰일이에요! 그는 문자보다 트위터 멘션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새벽에도 멘션을 날리니까요. 난 그의 비서니까 그 멘션에 일일이 답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거 참 이상하군요! 마이크로프트는 핸드폰으로 뭔가를 쓰는 걸 싫어할 텐데요.”

“그랬었죠. 그러나 지금은 팔로워가 2000명이 넘는 트위터 인기남이 되고 나서부터는 달라졌어요.”

“2000명?”

“그래요.”


그리고는 안시아는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셜록은 명령에 이렇게까지 충실한 그녀가 왠지 재밌었다. 그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안시아, 난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 그게 뭐죠?”


안시아는 기뻐하며 물었다.


“언팔 하는 거죠. 그래도 멘션은 오니까 어쩔 수 없다면 당신의 계정을 삭제하던가요.”

“그건 별로 도움이 안 돼요. 제가 원하는 건 지금의 계정을 유지하면서 마이크로프트의 멘션을 줄이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안됐군요.”

“네, 그렇죠.”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핸드폰을 또각거렸다. 셜록은 잠시 그녀를 보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지금 저는 어디로 가는 거죠?”

“마이크로프트가 말 안하던 가요?”

“못 들었는데요.”

“당신한테 파일을 줬다고 하던데요.”


셜록은 아까 베이커가의 하숙집에서 마이크로프트가 내민 파일을 떠올렸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부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이미 그에게 납치된 거나 다름없었다. 셜록은 순순히 마이크로프트가 보낸 차에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탄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20

셜록은 한참동안 번화가와 템즈 강변을 이리저리 걸어다닌 끝에 마침내 병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는 2층에 있는 연구실로 향했다. 마침 쓰던 연구실에 다른 사람이 있었기에, 셜록은 다른 연구실 아무데나 들어갔다.


안녕


셜록이 인사했다. 그곳은 해골 표본이 많은 연구실이었다.


안녕


해골들도 따라서 인사했다.

그들은 모두 베이커가에 있던 해골과 비슷해 보였다.


너희들은 누구냐?”

보면 모르니, 해골이지.”


그러더니 제멋대로 떠들어 대는 것이었다. 셜록은 저 해골들이 버릇없고 짜증난다고 생각했다. 베이커 가에 있는 하나 뿐인 해골은 이렇지 않았는데.


내 해골이 이걸 보면 꽤 속이 상하겠지. 나는 하나밖에 없는 해골 친구를 가져서 좋았는데 여긴 이렇게 해골이 흔하니. 그렇지만 얘들은 너무 시끄럽군...’


셜록은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21

셜록은 시체 안치소로 향했고, 말채찍을 주머니에서 꺼내다가 여우와 마주쳤다.


안녕

안녕


웬일로 공손하게 대답한 셜록은 바츠에 왜 여우가 있나 하고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넌 누구냐? 귀엽게 생겼군.”


그 말에 여우는 얼굴을 붉(힐 리가 없겠지만 어쨌든)혔다.


난 여우야.”


이 병원엔 의사소통이 안 되는 놈들만 있나보다고 셜록을 한숨을 쉬었다. 누가 여우인 거 모르냐고! 그러자 여우가 셜록의 불편한 심기(말채찍을 불끈 쥐었다)를 눈치 챘는지 자기소개를 했다.


내 이름은 몰리야. 검시관이지.”

난 셜록. 여긴 너무 지루해. 재밌는 일 없나?”

난 너하고 놀아줄 수 없어.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까.”


몰리라는 여우는 셜록이 마음에 들었지만 코니 프린스라는 TV쇼프로그램의 사회자가 첫 만남에는 일단 튕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기에 그렇게 대답했다. 셜록이 말했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좀 특이하구나. 여기서 그 말채찍으로 뭘 하려던 거야?”

시험을 좀 하려고 했지. 그런데 길들인다는 게 무슨 말이지?”


셜록은 쓸데없이 집요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여우가 대답했다.

관계라고?” 셜록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내게 있어서는 네가 이 바츠에 연구하러 오는 몇천 명의 연구자들과 다를 바 없지.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될 거야. 내게는 네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남자가 될 것이고, 네게는 내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 거야...”

, 무슨 말인지 알겠군.”


셜록이 말채찍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게는 해골이 하나 있는데, 그 해골이 나를 길들였지.”

넌 정말 희한하구나.” 몰리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부터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이제 즐거워질 거야. 난 여느 말채찍 소리와는 다른 말채찍 소리를 구분하게 되겠지. 다른 소리도 아닌 네 말채찍 소리는 음악 소리처럼 나를 연구실 밖으로 불러 낼 테니까. 그리고 네 머리카락은 어두운 밤하늘 빛이야. 네가 나를 길들여 놓으면 난 어두운 밤하늘만 봐도 네 생각이 날 거야.”


몰리는 셜록을 오래오래 쳐다보았다.


제발... 나를 길들여줘!”

싫은데.”


비싼 남자 셜록이 대답했다. 몰리는 실망한 나머지 코니 프린스를 저주했다. “튕기래서 튕겼는데! !” 그러나 그녀는 셜록이 여자든 남자든 연애는 제 수비범위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24

사막에서 비행기 고장을 일으킨 지 여드레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물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면서 셜록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자네의 이야기는 정말 판타스틱하군. 그런데 나는 비행기를 아직 못 고쳤고 마실 물조차 떨어졌으니, 정말 큰일이야. 우린 목이 말라 죽을지도 몰라.”

난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는데...”

셜록, 지금 룸메이트가 문제가 아니야!”

그렇죠?”


셜록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정말 천하태평이 따로 없다.


이 남자는 위험하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는군. 배고 안 고프고, 목도 안 마르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자 셜록은 갑자기 나를 들여다보며 내 생각에 대한 대답을 했다.


, 차 한 잔 타주겠습니까?”

물이 없다니까!”

그럼 생수를 마시면 되죠.”


셜록은 앞장서서 걸었다. 마치 생수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처럼. 나는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랐다. 몇 시간을 아무 말도 없이 걷고 나니 해가 떨어지고 별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는 사막 한가운데에 앉았다. 나도 그의 옆에 앉았다. 그는 말이 없이 밤하늘만 올려다보다가 이윽고 이런 말을 했다.


별들이 아름답군요.”

자네가 별들의 아름다움을 안다는 게 신기한데.”

왜죠? 나도 그런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몰리라는 여우는 밤하늘을 보며 내 생각을 하고 있을 테죠.”

어떻게 확신하지? 넌 그 여우를 길들이지 않았잖아.”


그러나 셜록은 아무 말 없이 달빛 아래 펼쳐진 모래 언덕을 바라보았다.


사막도 아름다워요.”

그래. 어딘가 물이라도 있으면 더 아름다울 것 같군.”


나는 그와 아름다움을 논하기엔 너무도 지쳐있었다. 셜록은 내 다리를 베고 자리에 누웠다.

그리곤 곧바로 잠이 들었다. 이 와중에도 태평하게 잘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남자다. 달빛에 비친 남자의 얼굴은 새하얗게 빛났다. 그의 감은 눈, 바람에 나부끼는 검은 곱슬 머리를 보며 나는 안심했다.


잠들었으니 살인사건 타령은 안 들어도 되겠군...’




25

사람들은 택시를 집어타지만, 그 택시기사가 살인범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죠. 미련한 일입니다.”


물통에 담긴 물을 마시며 셜록이 말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걷기 시작해 사막 한가운데서 생수통 500ml 한 박스를 발견하기 전까지, 그리고 그 물을 마시는 동안 내내 살인 범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쉼 없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사막 한가운데에 이런 생수병이 떨어져 있는 거지? 이해가 안 되는데.”


그러나 그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내일이면 내가 이 사막에 온지도 보름이 됩니다.”


그리고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했다.


바로 여기 떨어졌었죠.”


나는 그가 어떻게 사막 한 가운데 떨어지게 된 건지 궁금했지만, 그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생수병들이 그가 떨어질 때 구호물자의 일환으로 함께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할 뿐이었다.


그럼, 여드레 전 내가 자네를 만나게 된 날, 자네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걷고 있었던 건가?”


셜록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가서 비행기나 고치도록 하세요. 난 여기서 할 일이 있습니다.”

 


 

26

이튿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셜록은 생수 박스 위에 올라 앉아 긴 다리를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말소리를 들었다.


알았으니까 오기나 해! 여긴 너무 지루하다고!”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 거지? 나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오늘 밤에 안 오면 더 이상 사건은 안 맡아 줄 테니까 그리 알아.”


셜록은 손에 든 작은 물건을 짜증난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그제야 나는 그가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것은 핸드폰이었다! 이 사막에서 어떻게 핸드폰이 터진다는 거지? 게다가 배터리는 또 어떻게 남아있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핸드폰이라니? 사막인데?”


셜록은 나를 하염없이 쳐다보더니 다짜고짜 두 팔로 내 목을 껴안았다.


당신이 비행기를 고치게 돼서 다행입니다. 집에 돌아갈 수 있겠죠...”

그걸 어떻게 알았지?”


나는 그 사실을 그에게 알리기 위해 온 참이었다. 셜록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나도 오늘 베이커가로 돌아갈 겁니다.”


그의 목소리엔 우울함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어린애처럼 꼭 껴안았다. 길들여달라고 애원하던 몰리처럼, 어느 샌가 나는 그에게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위로하고 싶었다.


어떻게 돌아간다는 거야?”

당신이 준 해골은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셜록?”

당신은 밤하늘을 보며 날 떠올리겠죠. 살인사건이 방송되는 뉴스를 보면서도 날 떠올릴 수 있을 거구요. 만약 날 다시 보고 싶다면 바츠로 오세요.”


바츠? 거긴 내가 잠시 일하던 곳인데. 셜록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밤엔 오지 말아요.”

어째서? 셜록. 나는...”

당신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건... 마이크로프트 때문입니다. 그가 날 데리러 올 거지만, 그는 무서운 자거든요.”

그런 무서운 자를 만난다고?”


그러나 그는 어떤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하긴 그는 오히려 좋아할지도 모르죠...”

 

그날 밤 나는 그가 길을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소리 없이 살그머니 빠져나간 것이다. 그는 달리듯 뛰어나가 나는 그 뒤를 따르는 데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생수병이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경비행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그는 주저 없이 그 비행기를 탔다. 나는 그가 문을 닫기 전에 외쳤다.


셜록!!!!”


그러자 셜록은 나를 보았고, 이어 시끄러운 비행기 엔진소리가 울렸다. 그 소음 틈으로 셜록이 외쳤다.


“존, 꼭 바츠로 와요!”


그렇게 비행기는 날아올라 사라졌다.

 


 

27

그래,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벌써 반 년 전 일이다. 나는 아직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나를 다시 만난 동료들은 내가 살아 돌아온 것을 무척 기뻐했다. 나는 무척 슬펐지만 그들에게는 고단해서...’ 라고 말했다.

지금은 마음이 좀 가라앉기는 했다. 셜록이 제 집으로 돌아간 것을 나는 잘 안다. 나는 뒤늦게 후회스런 마음이 들었다. 이왕 그려준 거 상자 하나 더 그려줄 걸.


셜록의 해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허드슨 부인이 또 치워버렸는지도 몰라.’


그러다가 때로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럴 리가 없지! 셜록은 해골을 도로 찾아올게 분명해...’


그러면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밤하늘의 별들이 고요히 웃는다.

이것은 크나큰 수수께끼다. 허드슨 부인이 해골을 치웠냐 안 치웠냐에 따라 내 기분도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군 생활 동안 어깨에 총상을 입었고, 곧 제대를 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바츠에 다시 한 번 가볼 예정이다. 어쩌면 셜록이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래. 그는 나를 길들인 것이다. 밤하늘과, 살인 사건과, 해골은 나로 하여금 저절로 그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 그리고 존은 바츠로 가 셜록과 만나겠지...
- 공대어린왕자를 보고 데굴거리다 연성
- 모든 장이 다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원작의 장 숫자에 맞춰 해당하는 번호를 놓았으니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을...까..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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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떽쥐페리 미아내영....


  1. 원작에선 왕...ㅇㅇ [본문으로]
  2. 3월 18일 장 마감 원달러 환율(..) [본문으로]
  3. 멍청하게 원달러 환율을 본 나는 이 작품 배경이 런던이라는 걸 잊었겠지... 에러 지적하는 분들껜 모리아티 폭탄 조끼를 보내 드림(..둥글게 둥글게 짝!) [본문으로]
  4. 무직 셜록이 신용카드는 어떻게 가지고 있나..? 에서 출발한 셜록 카드 원래 마형님꺼 설. (알고보니 체크카드란 말은 하지 말자) [본문으로]
  5. @MycroftMH 를 말함. 참고로 이건 팬이 만든 트위터이고 마형님은 그다지 멘션을 날리지는 않음;; 걍 끼워맞추기;; 그리고 이전에 쓴 Happy new year!의 내용도 조금 적용해 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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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