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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2010. 11. 13. 02:00

마셜/셜존 :: Word



  런던으로 돌아갈 거야. 무언가가 탁 끊어진 듯한 얼굴을 하고, 셜록이 말했다. 마이크로프트는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그를 보았다. 마이크로프트의 서재 한 귀퉁이에 꽂혀있던 행정학 책을 꺼내 그것을 겹겹이 쌓은 후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입을 연 건 그들이 아침 인사를 한지 정확히 세 시간 만이었다. 셜록의 눈은 조금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일 년 만인가? 마이크로프트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들어오지 않는 글자들이 모래처럼 쓸려 내려간다. 마이크로프트는 책을 덮었다. 시간도 그렇게 흩어져 내려갔다. 모리아티와의 결전이 있었던 날로부터. 셜록이 죽을지도 모르는 중상을 입었던 날로부터. 그를 구해온 날로부터. 존에게서 셜록이 떠났던 날로부터. 일 년이라. 셜록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셜록은 어째서 런던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는지, 가서 무엇을 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은 채 그저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듯,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가야 해. 셜록은 노트북을 밀어놓은 채 긴 소파에 누웠다.

  서섹스에 있는 그들의 본가에 돌아온 이후, 그들은 마치 런던이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라도 되는 듯 외면하며 지냈다. 그래서였을까. 셜록이 내뱉은 런던이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무겁게 마이크로프트의 마음을 내리눌렀다. 괴로운 신음처럼 들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마이크로프트는 흠, 하고 목을 가누었다.

  존에게?

  그러나 결국 말이 되어 나오지 않은 질문은 L.O.N.D.O.N이란 여섯 글자와 함께 나풀나풀 가라앉았다. 의자 팔걸이에 턱을 괴고 앉은 마이크로프트는 메마른 눈으로 돌아누운 셜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노트북을 열어 멍하니 그것을 들여 보다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닫아버리는 셜록이-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곁을 떠나겠노라고 말할 것을 예상하는 건 마이크로프트에게 너무 쉬운 일이었다. 단지 그것이 언제가 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없었을 뿐.

  글자들의 무덤처럼 되어버린 셜록의 이메일에 차곡차곡 쌓이는 메일들의 발신자를 본 날부터 마이크로프트에게 그것은 막을 수 없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John Watson. 단 한 줄의. Please call me. 그러나 셜록은 전화를 하지도, 답장을 보내지도 않았다.

  마이크로프트는 다시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그의 하나 뿐인 형제가 지난 밤을 새 고민한 문제로 인한 수면 부족으로 늦은 잠에 빠져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흐르고 셜록이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을 때 즈음, 그는 자신이 펼친 책의 페이지가 겨우 한 장 넘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소하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그것을 내려놓은 다음, 마이크로프트는 셜록이 누워있는 소파 옆 빈 의자로 가 앉았다. 그리고 가만히 그를 내려다 본다. 애벌레처럼 웅크린 셜록의 몸은 서섹스로 오기 전보다 더 말라 있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았지만, 그는 일부러 외면했다. 애초에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동생은, 그가 자신의 일을 걱정한다고 해도 흥 하며 코웃음만 칠게 뻔하니까.

  대신 그는 손을 뻗어 마른 셜록의 옆얼굴을 어루만졌다. 차갑게 식은 체온이 온기를 담은 손가락으로 달구어진다. 한숨이 닿지 않도록, 마이크로프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 때 너를 그 곳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한다면, 너는 믿지 않겠지. 죄책감이 스멀스멀 신경을 타고 올라온다. 손가락 끝에 곱슬거리는 그의 뒷머리칼이 휘감겼다. 마이크로프트는 눈을 감았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다시 눈을 떴다.

  셜록의 한 손이 그의 손 위에 얹혀졌다. 그것은 잠결에 한 행동이었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내가 가지 말라고 한다면... 마이크로프트는 셜록의 손가락을 가만히 쥐었다. 만약 그런다면, 이렇게 셜록은 말라 죽어 갈 것이고, 존은 끝없이 메일을 보내 올 것이며, 나는 그저 그것을 지켜보고 있겠지.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야. 마이크로프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쥔 셜록의 마른 손가락에 입을 맞추었다. 존. 셜록의 입술에서 흐느끼듯 그 누군가의 이름이 새어나온다. J.O.H.N. 그 네 글자에 마이크로프트는 쓰게 웃었다.

  ...런던에서 보자꾸나. my 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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